[단독] ‘양정철 청와대 입성’ 문 대통령이 “NO”… 측근 2선 후퇴 뒷얘기

입력 2017-05-15 18:06 수정 2017-05-15 21:31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비서동) 집무실로 출근하기 위해 관저를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 관저로 이사한 뒤 첫 공식 출근이다. 원피스 차림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을 웃으며 배웅하고 있다. 왼쪽은 주영훈 경호실장, 오른쪽은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이병주 기자
양정철 전 靑비서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 민정수석 등 일부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 인사 명단이 보고됐다. 당시 총무비서관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내정돼 있었다는 게 문 대통령 캠프 사람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올라온 명단 중 ‘양정철’ 이름에 ‘낙점’(落點·조선시대 임금이 추천된 세 후보자 중 한 사람 이름 위에 점을 찍는 행위)하지 않았다. 대신 공무원인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이 낙점됐다. 양 전 비서관의 이름은 이후 몇 차례 계속된 청와대 인사 명단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 선대위 관계자는 15일 “양 전 비서관이 총무비서관에 임명되지 않는 것을 보고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왜 양 전 비서관을 낙점하지 않았을까. 문 대통령 측근 인사들은 이를 “측근정치라는 비판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결벽증에 가까운 거부감”이라고 표현한다.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프레임에 대한 트라우마라는 설명도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15년 당대표 시절 패권주의 비판에 답답함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 등이 당내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연쇄 탈당하던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지인들에게 “고래도 얕은 물에 갇히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개혁과 쇄신(고래)’을 하고 싶지만 ‘얕은 물(패권주의 비판)’에 갇히니 운신의 폭이 좁다는 하소연이다. 한 측근 인사는 “패권주의 프레임이 형성되니 문 대통령은 사실무근이라는 해명도, 다른 말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비판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측근들을 청와대와 내각에 쓰기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고 전했다. 노무현정부 출신 인사도 “문 대통령은 친노(친노무현)·친문 패권, 3철(전해철 양정철 이호철) 같은 비판을 오랜 기간 들어 왔던 사람”이라며 “국민들이 그런 비판을 실체가 있다고 여기는 상황을 무척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재수를 한 만큼 당은 물론 원외에도 자문 그룹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예비후보 캠프와 당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대선 이후 주요 인선에서 사라지고 있다. 서훈 당 선대위 안보상황단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되자 다른 측근들은 “막차를 타게 됐으니 잘하라”고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서훈 국정원장 내정 인사는 문 대통령의 취임 첫날 인사였지만, 측근들에게는 ‘막차’로 여겨졌다는 의미다. 양 전 비서관 역시 세 차례나 문 대통령에게 2선 후퇴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도 임명 직전까지 2선 후퇴 의사를 자주 드러냈다고 한다.

측근들의 2선 후퇴는 탕평·통합 인사를 주도하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측근 이미지가 덜한 51세의 젊은 비서실장을 발탁했고, 임 실장은 임명 후 각 수석비서관 및 언론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물론 양 전 비서관을 비롯한 측근들이 문 대통령 임기 내내 2선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친문 그룹 인사는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지는 임기 중반에 접어들면 대통령을 잘 아는 인사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