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압수한 ‘신격호 30억’ 1년째 보관 중인 사연

입력 2017-05-15 17:58

검찰이 지난해 6월 롯데그룹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금 30억원을 반환하지 않고 보관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신 총괄회장과 롯데가 각각 “내 돈”이라고 소유권을 주장해 검찰이 선뜻 반환 대상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1년 가까이 검찰에 묶여 있는 30억원은 향후 법원에서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개시결정이 내려진 이후에야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

검찰이 압수한 물건 중 재판에서 증거로 쓰지 않는 것은 당사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지난해 롯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한 각종 서류와 유가증권 등 롯데 소유의 물품 대부분도 반납됐다.

그러나 당시 롯데 오너 일가 재산관리인인 이모(현 롯데 전무)씨의 처제 집에서 각종 서류와 함께 박스째 압수한 현금 30억원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아직 반환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물 반환 규정과 돈의 실소유 관계가 복잡하게 꼬이면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검찰이 압수한 돈과 서류는 당초 롯데호텔 내 신 총괄회장의 금고에 있었다. 2015년 8월 ‘형제의 난’으로 불린 롯데그룹의 형제간 재산권 분쟁 당시, 현금과 서류들이 이씨 집을 거쳐 이씨 처제 집으로 옮겨졌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후 이씨는 압수된 30억원을 돌려달라는 뜻을 이미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롯데에 재직 중인 점을 고려하면 신동빈 회장 측이 자금 반환을 요구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신 총괄회장도 30억원이 자신의 돈이라며 반환을 원해 상황이 꼬였다.

신 총괄회장은 성년후견 개시결정을 놓고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상황에서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 회장 측 보호를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요구는 곧 신동주 회장 측이 자금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권 다툼 중에 검찰에 압수된 아버지의 돈 30억을 두고 두 형제가 대립하는 것이다.

검찰은 딜레마에 빠졌다. 돈이 신 총괄회장의 소유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압수물 반환 규정만 내세워 이씨에게 돈을 내주면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규정을 어겨가며 압수물을 신 총괄회장에게 반환할 경우, 불만을 품은 이씨가 규정을 근거로 압수물 반환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검찰은 법원의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 판결이 내려진 뒤 돈을 돌려주기로 하고 반환을 미뤘다. 압수물 반환에는 따로 정해진 기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개시결정이 완료된 뒤 성년후견인을 통해 30억원을 반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글=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