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가 김호석(60·사진)씨가 한국인 처음으로 인도 뉴델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초대전 ‘빛 속에 숨다’를 갖는다. 1954년 개관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현대미술관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 외국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독일 여성작가 레베카 호른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작가는 15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수묵 정신은 인도의 명상과 맥이 닿아 있다. 수묵으로 인도인과 소통하며 한국을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작품이 인도를 찾은 것은 세 번째다. 2015년 인도국립박물관의 그룹전 ‘1 로터스 8’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해 인도국제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이면서 현지 기획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 작가는 ‘배채법’ 등 전통 수묵화(한국화) 방식을 이어가면서도 위안부, 5·18항쟁 등 민감한 현실 문제를 화폭에 담아 민중미술 작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유명 인사의 수묵 초상화를 그려 주목받기도 했다.
회고전 형식의 이번 전시에는 신작 30점 등 총 8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벌 지렁이 지네 개미 등 이른바 ‘미물’을 작품 소재로 처음 끌어들였다.
그는 “개미가 죽은 개미를 끌고 가는 걸 보고 숭고함을 느꼈다. 다시 보니 산개미가 죽은 개미를 먹고 있더라. 안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아는 게 아니라는 아이러니가 흥미로워 미물을 소재로 삼게 됐다”면서 “화가는 거대 담론뿐 아니라 작은 것, 잘 모르는 것도 그릴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시는 20일부터 6월 25일까지.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김호석 화백,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서 개인전 “한국의 수묵 정신, 인도 명상과 맥이 닿아”
입력 2017-05-15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