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와 여당, 수평적 관계 확립해야

입력 2017-05-15 17:25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집권하면 문재인정부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정부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9일 승리가 확실하다는 방송사 출구조사가 나온 직후에도 당 상황실을 찾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친위세력보다 여당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게 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본인을 지지하는 특정 계파에 국한하지 않고 당내 인재를 두루 기용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인식에는 전임 박근혜정부의 실패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몰락한 원인에는 청와대와 집권당의 수직적 관계가 있었다. 청와대는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렸고, 여당은 “노(No)”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 못하며 거수기 역할에 급급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라면 당은 다르다. 전국에 뿌리를 내린 정당은 그 누구보다 민심의 흐름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대통령의 실정, 청와대의 폭주도 먼저 체크가 된다. 이런 여론이 가감 없이 청와대에 전달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에서의 당청관계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당대표가 재임 중에 대통령과 독대를 갖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비록 집권한 지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추미애 대표가 당 인사추천위원회 설치를 추진했는데 친문 주류의 반발로 무산됐다. 양측은 당의 공식적인 추천권 확보와 대통령의 인사권 보장이라는 주장으로 맞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선 승리의 논공행상 성격이 짙다. 봉합은 됐지만 앞으로도 공천과 당 운영 등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이 부딪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러나 전임 정권에서도 드러났듯 당청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으면 집권세력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해당 정부의 실패는 국민의 삶에 절대적 해악을 끼친다. 문재인정부의 성공 열쇠가 건강한 당청관계 정립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