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꼭! 더불어 성장, 제이노믹스] 부자에 더 걷어 서민에 돈 풀기… ‘분수효과’ 기대
입력 2017-05-16 04:00
새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지원 등에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제 성장을 꾀한다. 실제 정부는 출범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1만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고 10조원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에 착수했다. 재정지출 확대는 그만큼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기축통화국 미국처럼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는 현실에서 큰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수입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강력한 재정과 조세 개혁을 통해 5년간 178조원에 달하는 공약 소요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원조달 계획은 2% 부족하다는 평이 우세하다.
복지·일자리에 돈 풀기 나선 정부
새 정부는 대기업의 낙수효과 대신 서민·중산층의 분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정부는 시장경제의 성장분이 자연스럽게 근로자에게 떨어질 것을 염두에 둔 경제정책을 폈다. 정부의 간섭보다는 규제 완화에 힘썼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배불리는 동안 근로소득은 감소했고 중산층은 쪼그라들었다. 새 정부는 지난 실패를 교훈삼아 180도 다른 시각으로 경제 성장에 나설 계획이다. 서민·중산층을 위한 정부지출을 늘려 이들의 소비를 확대해 경제 성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5년간 연평균 35조6000억원이 들어가는 대통령 공약 소요 재원의 3분의 2가량은 복지와 일자리에 집중돼 있다. 저출산 해결과 서민·중산층 지원을 위해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소득 하위 70% 노인 대상 기초연금을 월 30만원 전액 지급키로 약속했다. 공약과 별개로 이달 중 10조원의 일자리 추경 편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5일 “초과 세수 등으로 적자국채 발행 없이 10조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SOC 줄이고 부자 증세로 재원 조달
새 정부는 공약재원 조달을 위해 조세와 재정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5년간 178조원에 이르는 공약 재원을 112조원은 재정 개혁, 나머지 66조원은 조세 개혁을 통해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이 중 핵심은 부자증세다.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법인세율을 올려 세수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세 부담을 인상하고 자산가의 자본 이득에도 과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법인세율 인상은 ‘최고세율 인상’만 공약집에 제시했을 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명박정부가 2009년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소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린 것을 되돌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재정 개혁은 불필요한 예산 투입을 줄이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방위산업 비리나 최순실 예산, 해외 자원개발 예산 등 권력형 비리 예산을 근절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또 불필요한 토목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겠다는 구상도 세웠다. 이를 통해 연평균 18조4000억원의 재정 지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숫자 맞추기’용 공약가계부 재현 우려
400쪽에 달하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 중 소요재원 및 재원조달 방안은 달랑 4쪽뿐이다. 그만큼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당장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에 5년간 21조원이 들어간다는 재원 규모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재원조달 방안 역시 178조원을 맞추기 위해 이것저것 끌어다 놓은 모양새다. 선심·중복성 예산 등 재정지출 절감을 통해 매년 18조4000억원을 줄인다는 것은 역대 정부가 반복했던 현실성 없는 계획을 되풀이하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논리라면 매년 정부 총지출 약 400조원 중 5%가 잘못 편성됐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담뱃세 인상 등에 따른 세수 호황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공약 세수 확보도 장담하기 어렵다. 자칫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공약가계부가 ‘숫자 맞추기’용으로 전락한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 정부는 연평균 지출 증가율을 지난 정부보다 배에 가까운 7%대로 잡았는데, 세수가 이를 밑돌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