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9위 추락… 롯데, 올해도 ‘봄데’?

입력 2017-05-15 18:16 수정 2017-05-15 21:31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손승락이 지난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3-3으로 맞서던 연장 10회 나왔지만 2점을 내준뒤 아쉬운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는 ‘봄데’로 불렸다. 꽃피는 봄이 오면 잘 하다가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잔뜩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 사이클이 너무 빨라졌다. 여름도 오지 않았는데 추락하고 있다.

롯데는 15일 현재 16승20패로 9위까지 처졌다. 전날 두산 베어스전에선 1대 15로 완패, 홈 6연패에 빠졌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 롯데는 개막 5경기 이후 기준으로 2013년 4월 12일 이후 무려 1460일 만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구도(球都) 부산 사직구장이 다시 거대한 노래방으로 변화할 조짐이 보였다.

그런데 날씨가 따뜻해지자 급격한 침체에 빠졌다. 특히 이달 10경기에서 3승7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꼴찌 삼성 라이온즈(2승8패)와 비슷한 성적을 내며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타선에 있다. 롯데는 시즌 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역대 최고액인 4년 150억원을 받고 복귀한 이대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상대 투수의 견제가 분산되며 최준석과 강민호, 손아섭, 전준우가 살아났다.

롯데는 개막 후 12경기 동안 21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이 부문 1위를 질주했다. 그런데 이대호가 침체에 빠지자 다른 선수들의 방망이도 차갑게 식었다. 이후 24경기 동안 때린 홈런이 8개에 불과하다. 주자가 출루해도 병살타나 삼진으로 쉽게 기회를 놓치고 있다. 롯데의 올 시즌 병살타는 39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으며 득점권 타율이 0.241로 꼴찌다. 전준우가 개막 후 8경기 만에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것도 악재다.

외국인 농사도 실패로 기울고 있다. 중심 타선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외국인 타자가 9번에 배치되는 상황이다. 앤디 번즈의 타율은 0.244까지 떨어졌다. 외국인 투수도 마찬가지여서 원투펀치로 기대를 모았던 브룩스 레일리와 닉 애디튼이 합작한 승수는 단 2승뿐이다. 나란히 1승4패다. 불펜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 손승락은 7세이브를 거뒀지만 피안타율이 0.391에 달하는 등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지하지 못하고 있다.

조원우 감독은 일단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달 첫 5경기에서 타율 0.158에 그친 이대호를 3번으로 내려 부담을 덜어줬고, 번즈의 교체도 없다고 믿음을 보여줬다. 조 감독은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며 “번즈와 손아섭, 강민호 모두 부진하지만 안타가 몇 개 더 나오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