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홍배] 갈등 줄이고 상생하려면

입력 2017-05-15 17:13

우리나라에는 소득계층·지역·세대 간 그리고 보수와 진보 간 다양하고도 복잡한 갈등이 존재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통합지수가 2015년 기준 39개 선진국 중 29위로 조사됐다. 우리 국민 사이에서 갈등이 상대적으로 심각하고 포용력이 그만큼 낮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제규모와 소득수준이 각각 세계 9위와 23위로 발전해 왔으나 행복수준은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011년 30위에서 2016년에는 33위로 떨어졌다. 단기간의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행복수준이 이렇게 낮은 것은 바로 심각한 사회 갈등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도시 및 지역계획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best enemy(최고로 좋은 적)’의 사고를 권하고 싶다.

영국의 지방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수도권과 같은 런던대도시권을 ‘best enemy’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경제력이 집중된 런던대도시권의 발전이 지방의 발전을 가로막는 면도 있으나 런던대도시권이 붕괴하면 지방경제도 함께 몰락할 수 있는 관계를 가리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런던대도시권의 발전이 지방과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됨을 기본적으로 인정하며,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함께 모든 지역의 상생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하다는 이유로 수도권에 대한 규제강화만이 정답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도시를 비롯한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등 다양한 유형의 도시가 건설되었으나 수도권 규모는 정작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볼 때 2006년 수도권 인구는 237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8.4%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건설된 도시들로 인해 수도권 인구는 감소됐어야 했지만 2015년 기준 수도권 인구는 오히려 2560만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구성비율 역시 49.5%로 높아졌다.

이처럼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가 증가했다는 것은 수도권 지역의 경쟁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수도권 규제수준을 과도하게 설정한다면 그것은 수도권의 경쟁력 하락과 함께 국가 경제 전체를 심각하게 흔들 수도 있다.

강조하자면 수도권을 단지 불균형 발전을 초래하는 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상생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도 ‘최고로 좋은 적’을 활용하는 지혜로운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국토 정책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으로도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사고는 더 나은 상생발전을 가능케 한다.

‘best enemy’ 사고는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 후보를 그저 이겨야 했던 경쟁자들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의 좋은 공약을 과감하게 수용하고, 너그러움과 포용으로 갈등과 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었으면 한다. 이것이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의 역사적 사명일 것이다.

만일 대통령이 국민을 지역적으로나 이념적으로 구분시키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며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고, 국민은 행복을 꿈꿀 수 없을 것이다. best enemy 사고는 새 대통령과 우리 모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김홍배 한양대 교수 도시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