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39) 프랑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그의 25살 연상 부인 브리짓 트로뉴(64)가 남편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과도한 조롱과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텔레그래프는 트로뉴가 극심한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직면했다면서 프랑스에서 감춰졌던 여성혐오가 트로뉴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트로뉴를 향한 공격이 거칠어지자 마크롱 대통령과 딸도 변호하고 나섰다. 트로뉴의 막내딸 티판느 오지에르(32)는 “공격은 질투심 때문”이라면서 “21세기에 이런 공격이 일어나다니 혐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린 배우자를 둔) 남성 정치인이나 여성 정치인의 남성 배우자에게는 이런 공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도 자신과 부인을 둘러싼 소문을 여성혐오라고 잘라 말했다. 현지 매체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만일 내가 20살 더 많았더라면 누구도 우리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성의 지위를 보는 시선에 큰 문제가 있다. 사회의 전통적이고 획일적인 관점이 여성혐오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오지에르는 댓글에 머물던 공격이 일부 언론과 정치인의 가세로 확산되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지난 10일자 표지로 마크롱 대통령이 임신한 부인의 배를 만지는 모습의 삽화와 함께 ‘그가 기적을 행할 것이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사실상 임신이 어려운 나이인 트로뉴를 비꼰 것이다. 트로뉴는 트위터에 표지 사진을 공유하면서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모든 이들이 바라거나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공화당 의원 자크 도메르그도 이달 초 대선이 끝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최연소 새 대통령을 갖게 됐다”면서 “다만 전임자들은 딸뻘 나이의 여성들과 살았는데 새 대통령은 엄마뻘 나이의 여성과 산다”고 조롱했다.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 부부의 사례를 들면서 마크롱 부부에 대한 논란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47)보다 23살 많지만 나이 차이로 큰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전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제5공화국 8번째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 만나 1시간가량 회담하고 핵무기 사용 규정을 건네받았다. 그는 취임연설에서 “수십년간 프랑스는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었다”면서 “프랑스의 자신감을 되찾아주는 것이 주요 임무 중 하나”라고 역설했다. 또 전 세계와 유럽에 불고 있는 고립주의를 두고 “세계와 유럽은 프랑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프랑스는 언제나 자유 평등 박애를 가르쳐 왔다”고 강조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마크롱 “아내가 나보다 스무살 어렸어도 비난했겠나”
입력 2017-05-1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