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엔진 장착 準ICBM급 추정… 하와이 타격 가능

입력 2017-05-15 05:00
북한이 14일 발사한 미사일은 미국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사령부를 타격할 수 있는 준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평가된다. 군 관계자는 “신형 엔진을 장착한 탄도미사일로 보인다”며 “미국 본토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수단 미사일보다는 사거리가 훨씬 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 3500㎞ 이상으로 태평양 미 군사기지 괌을 타격할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700㎞라고만 밝혔을 뿐 최고고도와 비행거리, ICBM의 핵심적인 사안인 단 분리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반면 일본은 북한 미사일이 30분간 비행해 최고고도 2000㎞까지 치솟은 뒤 낙하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의 최고고도가 2000㎞에 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6월 북한이 성공적으로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의 최고고도는 1413㎞였다. 당시 발사각도는 83도의 고각도였다. 이번에는 이보다 더 높은 각도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행거리가 700㎞로 비교적 짧은데 비행시간이 30분 정도로 길었던 것도 고각발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정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번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가 적어도 4000㎞ 이상으로 최대 8000㎞까지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통상 미사일의 사거리는 최고고도의 3∼4배 정도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실전 배치된다면 미국 알래스카를 포함해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ICBM급 기술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소 미사일 전문가는 “ICBM급 미사일의 최고고도가 2000㎞”라며 “일본이 밝힌 고도가 맞는다면 북한은 ICBM급 미사일 제작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험에서 북한은 지난해 개발 완료했다고 주장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을 시험했을 수도 있다. 당시 북한은 80tf(톤포스·1t을 떠받쳐 버틸 수 있는 힘)의 신형엔진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군에서는 북한이 이 엔진 4개를 묶어 추력을 높인 강력한 1단 로켓을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에 이 엔진이 장착된 미사일을 시험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도 2000㎞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추력이 요구된다.

지난 4월 북한이 실시한 3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도 신형엔진 시험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당시 미사일 발사들은 실패한 것으로 추정됐다. 국책연구소 한 미사일 전문가는 북한이 지난달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태양절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의 1단추진체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은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ICBM의 필수적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기술을 확보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진입기술은 미사일이 대기권(지상 약 100㎞)을 벗어난 뒤 공격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다시 진입할 때 발생하는 고열을 이겨내는 기술이다. 고열을 이겨내지 못하면 미사일은 목표물을 제대로 타격할 수 없다. 현재 이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미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발사한 고체연료를 사용한 북극성 2형의 개량형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