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본격적인 대북 정책 시험대에 올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준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군사 도발을 감행했다. 군사 도발에 대한 엄정 대응 기조와 더불어 대북 대화 모멘텀을 모색하던 정부의 대응 기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전 5시27분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는 동쪽으로 700㎞에 그쳤지만 비행시간은 30여분이어서 고각 발사를 통해 2000㎞ 고도까지 올라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합참은 비행 시간과 거리를 감안할 때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ICBM은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오전 7시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8시 직접 상임위에 참석해 북한의 군사 도발에 강력히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라며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도발이 대한민국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하며, 동시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하는 대북 대화 가능성의 전제는 북핵 문제 해결이 1번 과제”라며 “이 문제를 국제사회와 함께 해결하겠다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모든 나라들이 더욱 강한 대북 제재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시험을 보고받고 ‘미사일이 일본보다 러시아에 더 가까이 떨어져 러시아가 기분 나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ABC방송에 출연해 “미사일을 쏜 북한은 피해망상의 나라”라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이 예측됐던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준구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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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文 대통령을 시험하다
입력 2017-05-1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