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미세먼지탓… 불티 나는 건조기·공기청정기

입력 2017-05-16 04:00 수정 2017-05-16 17:22
깨끗한 공기를 강력한 바람으로 멀리까지 내보내는 LG전자의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왼쪽)와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전기건조기. LG전자·삼성전자 제공

봄철 황사만 신경 쓰면 괜찮았던 몇 년 전에 비해 최근에는 모든 계절의 공기 질을 걱정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 탓이다. 맘 놓고 창문 열고 지내기 어려운 요즘 집안에 꼭 필요한 필수 가전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공기청정기와 건조기다. 일부 가정에서 선택적으로 들여놨던 가전들이 모든 집에 없어선 안 될 제품이 되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베란다나 거실에 빨래 널기를 꺼려하는 소비자들은 의류 건조기를 선택한다. 에누리닷컴이 의류 건조기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6.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올해 국내 의류 건조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30만∼4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삼성전자는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하던 전기건조기를 지난 3월 국내에 출시했다.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에 더해 주상복합, 발코니 확장 등 주거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소비자의 전반적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탁기를 주로 다용도실에 놓는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적합하도록 공간 효율성도 높았다. 도어가 열리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양방향 도어’가 탑재됐고 따로 배수구가 없어도 설치할 수 있다. 전용 거치대를 사용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드럼세탁기 위에 건조기를 올릴 수 있다.

LG전자는 기존보다 용량을 늘린 신제품 ‘LG트롬건조기’를 선보였다.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은 기존 히터 방식의 전기식 건조기와 비교해 전기료가 3분의 1 수준이다. 히터 방식과 달리 저온 제습 방식으로 건조해 옷감 손상도 줄여준다. 신제품에는 ‘살균 코스’가 기본으로 탑재됐다. 살균 코스는 60도의 뜨거운 바람을 통해 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 폐렴간균 등 3가지 유해 세균을 99.9% 없애준다. 이와 함께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는 간편한 의류 관리를 내세워 월 평균 1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히트펌프식 건조기는 가스식보다 옷감 손상이 적고 전기세 부담도 덜하다. 국내에서 히트펌프식 건조기가 약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스식의 경우 집 벽면에 배관 설치를 위해 따로 공사를 해야 했다. 이에 비해 히트펌프식은 설치가 편리하고 공간 활용에도 제약이 없다.

공기청정기는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많이 팔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1∼7일 공기청정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0%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공기청정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50% 늘었다. 이마트도 4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 열풍은 제조 현장에서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공기청정기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2배 늘었다. 특히 올해 새롭게 출시한 ‘블루스카이 6000’의 인기가 생산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신제품은 청정기능과 가습기능을 동시에 제공한다. 여기에 가습기 위생관리도 간편하게 할 수 있어 공기 질에 대한 소비자 걱정을 줄였다.

각 가정에 맞도록 제품 시리즈 다양화했다. 2014년 처음 출시된 ‘블루스카이’는 초미세먼지와 나노 입자까지 99% 걸러낸다. 올해에는 블루스카이 시리즈에 거실과 주방을 한꺼번에 정화할 수 있는 대용량의 ‘7000’, 이동이 간편한 ‘5000’, 아이 방에 적합한 ‘3000’ 등 다양한 제품군을 추가했다.

LG전자는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를 필두로 생산라인을 쉼 없이 가동하고 있다. 제품 상단 토출구에 있는 ‘클린부스터’가 깨끗한 공기를 강력한 바람으로 멀리까지 내보내 실내 공기 순환을 돕는다. 최근에는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한 벽걸이 에어컨을 출시했다. 휘센 벽걸이 에어컨은 국내 벽걸이 에어컨 중 처음으로 입자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극초미세먼지도 감지할 수 있는 ‘PM1.0 센서’를 탑재했다. 실내 먼지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공기 질이 좋지 않으면 에어컨이 자동으로 공기청정 기능을 작동한다.

쿠쿠전자는 전원 코드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코드리스 공기청정기’의 출하량이 3월 대비 4월에 121% 성장했다고 밝혔다. 코드를 없애 편의성을 극대화한데다 극초미세먼지까지 잡아내는 제품력으로 출시 직후부터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이슨도 실내 공기오염을 일으키는 악취, 미세먼지, 알레르기 유발물질 등을 제거하는 공기청정 선풍기와 냉온풍기 라인업을 새롭게 출시했다. 다이슨 특유의 날개 없는 디자인이 공기청정기에도 적용됐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