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접어든 금호타이어 인수전

입력 2017-05-14 18:57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평소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넘기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중을 보였기 때문이다.

14일 정치권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줄곧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며 “공장이 떠나거나 규모를 줄이면 안 된다. 특혜나 먹튀 논란도 없어야 한다”고 남겼다. 채권단을 향해서는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 촉구하기도 했다.

새 정부 주요 인사도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과 금호산업 인수 협상을 벌일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 후보자는 “지역경제의 회생을 바라는 지역민의 염원을 이해하고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며 채권단에 협조를 요청키도 했다. 현재 경제부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용섭 전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캠프에서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으면서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을 우려하는 논평을 내놨다.

산업은행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 상표권 사용권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매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산은 등 주요 금융기관 수장들의 인사도 남아 있어 현 시점에서 정부와의 직접적인 협상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채권단은 절차대로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다. 중국 더블스타는 지난달 25일 재무책임자와 자문로펌 등 10명 내외의 협상단을 한국에 파견해 일정을 조율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오는 9월 23일까지 5개월 내에 상표권 사용, 채무 만기 연장, 정부 인허가 여부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날까지 매각이 마무리되지 않거나 더블스타 측이 인수를 포기하면 금호타이어는 재입찰에 들어간다.

다만 금호타이어 매각이 정치적 이유로 무산되면 향후 중국과 외교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더블스타는 사실상 중국의 국영기업이라 기업 간 전쟁이 국제 분쟁으로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출범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써왔던 박삼구 회장에겐 분명한 호재”라며 “다만 정치권의 무리한 개입은 악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