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낭독한 취임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필사’ 윤태영(사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작품이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대선을 선언하며 통합과 공정의 리더십을 강조했던 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윤 전 대변인의 헌사였다.
문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마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취임사를 낭독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위대한 국민에게 통합과 공존의 세상을 만들어 보답하고, 대통령의 권위도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단문과 복문이 미려하게 섞인 취임사는 문 대통령의 진심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한반도의 위기와 안보 문제에는 단호한 대응을, 인재 등용과 경제정책, 갈등해소는 통합적 관점에서 다뤘다. 지난 대선에서 등장했던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는 문장도 그대로 등장했다.
어려운 정치적 수사 대신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다”거나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차분한 언어들이 취임사에 가득했다. 노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 탄핵 대선을 거치며 고달팠던 국민을 위로하는 메시지도 전했다.
취임사는 대통령의 연설 중 백미로 꼽힌다. 임기를 시작하는 심정과 향후 5년간 국정운영 방향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연설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어 취임사를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이번 취임사는 윤 전 대변인이 선거 막바지에 초안을 쓰고, 발표 직전 문 대통령이 직접 일부를 수정해 낭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14일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메시지 특보로 일하면서 미리 써두었던 글”이라며 “문 대통령이 그동안 유세나 평소 자주 했던 말들을 기초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모아서 썼다”고 말했다.
그는 단문 위주의 글에 대해 “2012년 대선 당시 지켜보니 문 대통령에겐 단문 위주의 글이 소화력이 높아보였다. 그래서 호흡을 짧게 끊어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마지막 TV연설문도 담당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대선 후보 수락연설문을 직접 작성했다.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윤태영 “대통령 호흡 맞춘 단문 취임사, 미리 써뒀던 글”
입력 2017-05-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