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를 보유한 대기업집단 감독을 강화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개별 금융회사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계열사 전체의 건전성을 살피는 방향으로 감독이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 현대차 한화 등 금융회사를 거느린 재벌그룹이 주요 대상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14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 일정 등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통합감독 시스템은 금융위가 2015년부터 도입을 추진했었다. 문 대통령의 재벌 개혁 관련 공약에 포함됐던 만큼 조만간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감독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업종 겸업이 확대되고 대형 복합금융그룹 출현이 가속화하면서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뒤 해외에서는 금융그룹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돼 왔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로 금융회사를 감독하고 있다. 은행을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그룹 차원의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금융그룹이나 교보 미래에셋 등 비은행권 금융그룹은 개별 계열사 차원에서 감독을 받았다. 이 경우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위험이 옮아가는 것을 감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사건이 대표적 예로 꼽힌다.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금융 감독 방식이 은행 부문에 초점을 둔 개별 감독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통합 감독 도입을 권고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기준에 따라 보험 증권 등 2개 이상 금융회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인 삼성 현대차 한화 롯데 및 교보 미래에셋 등 금융전업그룹 7∼8곳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자본 적정성을 따질 때 비금융회사 출자분을 제외하는 방안이 제도 도입에 따른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64조7000억원인데 그 가운데 삼성전자 주식이 19조1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제도 도입 기준에 따라 해당 출자분이 적정 자본에서 제외될 수 있어 삼성에 부담이 된다.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올해 금융위 업무계획에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 방안이 빠져 있다”며 “제도 도입 시 불이익이 예상되는 삼성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감독 대상과 방식 등 고려 사안이 많아 검토 중이지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그룹 내 대표 금융회사가 금융 자회사들의 재무 상황 등을 금융 당국에 보고하고 공시하는 역할도 맡는다. 계열 금융회사와 다른 계열사의 자금 거래 파악 또한 쉬워진다. 금융계열사뿐만 아니라 비금융계열사까지 감독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해 감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이미 비은행 금융그룹이 금융업법과 공정거래법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과잉 규제라는 반박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삼성·롯데 등 대기업 금융계열사 통합감독 ‘급물살’
입력 2017-05-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