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팬이 아니라면 12년만에 내한하는 영국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47)의 이름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2005) ‘레전드 오브 타잔’(2016) ‘신비한 동물사전’(2016)을 봤다면 이미 그가 연출한 움직임을 접한 것이다. 또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로터스 플라워’(2011)와 일렉트로닉 뮤지션 케미컬 브라더스의 ‘와이드 오픈’(2015)의 뮤직비디오에서도 그의 독특한 안무를 확인할 수 있다.
맥그리거는 현재 영국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로 손꼽힌다. 특히 과학기술과 뉴미디어를 활용해 춤의 외연을 넓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 시대 최고의 혁신적인 안무가인 그는 2006년 현대무용 출신으로는 처음 영국 로열발레단의 상임안무가가 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특히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에 대한 탐구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왠지 몸을 언어로 이용하는 무용수나 안무가는 과학을 낯설어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는 둘을 잇는 작업에 적극적이다.
그는 특히 뇌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안무는 신체적 사유의 과정”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26∼27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아토모스(Atomos)’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3년 영국 런던 새들러스웰스 극장에서 초연된 ‘아토모스’는 첨단기술의 힘을 빌려 인간의 ‘몸’ 그리고 사물과 육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atom)’까지 탐구하는 작품이다. 그는 무용수들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과 생체정보의 변화를 기록했고,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을 갖춘 ‘가상의 몸’을 탄생시켰다.
가상의 몸을 통해 맥그리거는 인간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다른 몸과 상호작용하는지 분석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여기에 1980년대 SF 영화 속 캐릭터의 움직임을 창작의 재료로 활용해 독창적인 무용 작품을 만들어냈다. 무대 위 대형 모니터 7대를 통해 강렬한 이미지의 3D 그래픽 영상이 나오기 때문에 관객들은 3D안경을 착용한 채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 원자처럼 세밀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신비로운 영상과 조명, 음악 속에 어울어지며 관객들에게 공감각적 경험을 안겨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우리 시대 최고의 혁신적 안무가를 만난다… 맥그리거, 12년 만에 내한
입력 2017-05-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