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도를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토록 지시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 옳은 방향이고 잘한 결정이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경우라면 신분에 관계없이 임금과 복지가 같아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적 대우를 하는 것은 후진형 국가다. 신분이 다르다고 임금과 복지 수준에 차별을 두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 비정규직의 임금과 처우는 이런 상식에서 한참 어긋나 있다. 더욱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 통합을 가로막아 왔으며, 그 갈등 정도가 사회 안정성을 훼손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 아닌가.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안으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겠다고 밝혔고, 다른 공공기관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335개 공공기관 직원 42만9000여명 중 비정규직은 14만4000여명으로 3명 중 1명꼴로 비정규직이다. 이들 가운데 공공기관이 직접 채용한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는 외부 업체 파견이나 용역 비정규직이 무려 8만명을 넘는다.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지만 그나마 계약 해지를 두려워해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의지만 앞세우면 엉뚱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인건비 등 비용이 증가할 것은 자명한데 정부는 이것이 신규 인력 채용의 기피 사유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고도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고통을 준다면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보다 더 나쁘다. 과거 정부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강조해 왔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떤 정책도 정부 의지만으론 정착시키기 힘들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의 상생정신이 전제돼야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정규직에게 동참과 일정 수준의 희생을 호소한다.
[사설] 비정규직 제로시대, 정규직 고통분담에 달렸다
입력 2017-05-14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