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개막날 재뿌린 北에 불쾌감

입력 2017-05-14 17:56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는 방송 뉴스를 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언론은 북한의 14일 탄도미사일 발사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진 사실에 주목하고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은 대내외 국력 과시를 위해 마련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날에 북한이 도발하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남북대화 의지를 밝힌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북한은 과거에도 협상을 제안받으면 레버리지를 강화하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킨 역사가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WP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거듭 경고했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의 도발을 응징하라고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북한에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면서 “중국은 안보리 결의에 역행하는 북한의 유관 발사 활동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반도 상황은 복잡하고 민감하며 모든 관련국은 자제하고 지역 긴장을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중국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도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해 중국의 불만을 산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긴급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반복된 미사일 발사는 일본에 중대한 위협이자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나보다 더 남북대화에 열려 있다”며 “대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특정한 상황에서(under certain circumstances)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미국의 대북 전략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두 달 지나면 더 나은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대북 정책을 조율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