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시험’에 들어간 북한… 오판 못하게 압박해야

입력 2017-05-14 17:51
북한이 취임 5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시험에 들어갔다. 북한은 14일 오전 5시27분쯤 평안북도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비행거리로 약 700㎞를 추정했는데 일본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도가 2000㎞를 넘는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일 경우 한반도 안보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미묘한 시기에 저질러졌다. 한국에는 전임 정부와 달리 제재와 함께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가 막 들어선 상황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의 군사적 압박에서 벗어나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국장도 미국과 ‘반민·반관’ 형태의 대화를 마치고 13일 귀국하며 “여건이 되면 (트럼프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래놓고 다음날 한·미가 깜짝 놀랄 만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한국의 새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 떠보는데 우선적으로 있는 것 같다. 앞서 북한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했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한 달 남짓 지난 2008년 3월 단거리 미사일을 쏘았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을 시험해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미국 등에는 핵·미사일 고도화 전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즉각 소집해 북한에 엄중 경고하고,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철저한 대비태세를 하라고 지시한 것은 적절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의 관련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선(先)태도변화-후(後)대화가능’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해 청와대는 국제사회와 같이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기조가 끝까지 지켜져야 한다. 북한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기 위해 도발과 대화 공세의 양면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을 떼어놓으려 획책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문 대통령과 새 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고 핵 포기의 진정성이 확인될 때까지는 한·미동맹을 토대로 국제사회와 함께 압박을 지속하는 게 맞다. 우리가 틈새를 보이면 김정은은 곧바로 파고들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