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 새 정부의 뉴스를 보면 새해 같은 분위기다.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에 시끄러운 유세차들이 지나갔고, 철쭉과 흰 밥풀 꽃이 피어 있는 길을 걸어 투표장으로 가던 올봄을 많은 사람들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촛불 집회를 하던 시민들, 이전 정부의 부패에 속상해했던 국민들은 자신의 손으로 바꾼 역사의 흐름에 감개무량할 것이다. 하지만 기뻐하는 이들 가운데 비통함에 잠긴 이들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항상 살피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제는 지지자들만의 지도자가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니 지지자들의 성원보다는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을 각별히 더 살피셔야 할 것이다.
그동안 몰상식이 일상인 삶을 우리는 살아내었다. ‘상식적으로 행동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 얼마나 소박한 말인가.
이사 가는 날. 억울한 이가 찾아와, 이사 가기 전에 할 말이 있다고. 그런데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 배고프다고 했을 때, 나도 밥 아직 안 먹었는데 같이 먹자고 말 건네는 상식. 그런 일상의 상식을 우리는 오래 잊고 살았다. 청와대 관저로 이사 가는 날 영부인이 취했던 행동이다. 대통령 바뀌었다고 며칠 내에 우리의 삶이 변화하지 않을 것을 모두가 안다. 그러나 큰 변화는 이제 수학여행을 간 자식을 잃고도 ‘단순 교통사고’라는 말로 무마하려던 행태에 슬퍼하던 이들이 마음 놓고 울며, 통한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는 안심이었다. 내가 속한 이 사회에서, 슬프고 억울한 이들이 한구석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울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한 대가를 우리는 오래도록 치렀다. 이제는 또 다른 반대쪽에서 울며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변화할 수 없다. 전에는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새 대통령에게 마음을 모아주어야 우리는 더 큰 변화를 이루어 낼 것이다.
유형진(시인), 그래픽=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늦게 온 새해
입력 2017-05-14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