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 반도 중심에 자리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석유 부국이다. 우리에게 아라비아 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면 교역을 위해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상의 행렬 정도다.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구한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아라비아의 길-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가 그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문화 관련해 열리는 국내 첫 전시다.
선사시대부터 20세기까지 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조망할 수 있도록 국가박물관을 비롯한 13개 주요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 460여건이 나왔다. 현 국왕의 장남인 술탄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왕자가 수장으로 있는 사우디관광국가유산위원회가 적극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시는 5가지 주제로 나뉜다. 1부는 기원전 4000년기에 만들어진 석상 등을 통해 선사시대로 인도한다. 2부 ‘오아시스에 핀 문명’은 아라비아 만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딜문(Dilmu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고대 문명의 정체를 밝힌다. 기원전 1000년 무렵을 지나면서 아라비아에 전설적인 향 교역로가 생겨났다.
제3부 ‘사막 위의 고대도시’에서는 아라비아 북서부의 타미아, 울라, 까르얏 알파우 등 향 교역으로 번성했던 고대도시들을 소개한다. 초승달 같은 다양한 도상이 가득한 석비들과 거대한 사원을 장식했던 큰 조각상을 통해 국제적인 고대 도시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제4부 ‘메카와 메디나로 가는 길’은 6세기 이후 이슬람교의 확대에 따라 형성된 순례길을 조명한다. 마지막 5부인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탄생’에서는 193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 국왕으로 등극한 압둘 아지 왕의 유품과 19세기의 공예, 민속품들을 선보인다.
화려했던 고대의 황금 문화 등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전시다. 스펙터클한 눈요기는 없다. 발굴을 통해 나온 유적을 선보이는 고고학적 전시에 더 비중을 두었다. 이는 유구한 역사를 강조하고자 하는 사우디 측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8월 27일까지.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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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아라비아의 길’전… 국내 첫 사우디 문화 전시, 아라비아 역사·문화 조망
입력 2017-05-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