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의 정규직 전환을 시작으로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정책 추진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축소는 박근혜정부에서도 추진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됐던 간접고용까지 포함한다는 차이가 있다.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들을 모두 합하면 30만명이 넘는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31만2000명 가운데 19만1000명이 기간제·시간제 근로자다. 나머지 12만1000명은 간접고용 형태의 파견·용역 직원이다.
지난 대선 기간 문 대통령 선거 캠프는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수를 33만6000명으로 가정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5년 동안 4조3450억원의 국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상시·지속적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는 누구나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원칙을 통해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박근혜정부 역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축소를 목표로 삼았었다. 기간제근로자 비중을 전체 정원의 5% 이내로 제한하고 상시·지속적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했다. 해당 부분만 본다면 문재인정부와 비슷하지만 파견·용역 직원들은 대상에서 빠졌었다. 그러다보니 전환 대상 규모도 반쪽짜리였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체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1만8000명에 불과했다.
때문에 이번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은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청소와 경비 등 외주를 통한 간접고용 근로자가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6831명이고 올해 말 제2여객터미널이 문을 열면 3000여명이 늘어 1만명에 달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공사 내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산하기관 우체국 금융개발원에서도 과거 간접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남은 과제는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다. 현재로서는 비용 추산이 전혀 이뤄져 있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소요될 예산 규모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큰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을 거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지난해 국회가 파견직인 청소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했지만 오히려 파견업체에 주는 용역비 중 일부가 줄며 인건비 상승은 그리 크지 않았다. 여기에 올 1분기에만 국세가 전년 동기 대비 5조9000억원 더 걷히며 재정 여력이 생긴 상태다. 추경으로 10조원을 더 편성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과 기재부의 적극적 추경 편성 언급도 예산 부족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게 만들 요소란 평가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중에서 수익을 내는 곳은 정규직 전환에 들어가는 돈도 자체 비용으로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용역 입찰을 통해 고용했던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기관 내부 절차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시동이 걸리면서 민간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비정규직 철폐 대상으로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도 포함했다. 수단으로는 제도 정비를 들었다. ‘당근책’으로는 비정규직 비중에 따라 조달 사업에 참여를 제한하는 인센티브 부여와 비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현행 1인당 월 6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반면 ‘채찍’으로는 비정규직 고용 상한 비율을 법적 의무로 부과, 이를 어기는 대기업에는 일종의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세종=신준섭 유성열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0’ 선언… 배제됐던 파견 용역도 혜택
입력 2017-05-1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