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지형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중국의 꿈은 어떤 결실을 맺게 될까. 중국이 14∼15일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하는 가운데 일대일로 관련국에 향후 5년간 최대 1500억 달러(약 169조15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입수한 무역협력 초안을 근거로 “참가국 인프라와 무역 제도를 적극적으로 정비해 새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고 전했다.
베이징 교외 휴양지인 화이러우구 옌치후에서 열리는 포럼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대 중점 사업인 육·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를 두고 최초로 열리는 정상급 행사다. 정책소통(政策溝通), 인프라연통(設施聯通), 무역창통(貿易暢通), 자금융통(資金融通), 민심상통(民心相通) 등 5통(通)을 주제로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29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라운드 테이블과 전체 회의, 주제별 회의가 예정돼 있다. 130여개국 정부 관계자와 70여개 국제기구 지도자, 학자와 기업인, 언론인 등 총 1500여명이 참가한다.
이번 포럼은 고립주의를 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맞서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설 기회다. 시 주석은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반대한다는 결의가 담긴 ‘일대일로 세계화 2.0 선언’에 동참해 줄 것을 독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2013년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一路)가 주축이 된 경제권을 구상하고 꾸준히 투자해 왔다.
중국 정부는 64개국이 연관된 이 프로젝트의 경제적 가치만 1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라오스 간 철도와 파키스탄 내 고속도로 건설 등을 추진했고 러시아, 미얀마를 잇는 석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공을 들였다.
해상에서 말레이시아와 지중해 연안항만을 정비하는 데 투자한 것도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이다. 중국 기업이 이들 지역에 직접 투자한 액수만 지난해 기준 500억 달러(56조3900억원)에 달한다.
공개된 무역협력 초안에는 거액의 투자 계획뿐 아니라 이들 국가에서 향후 5년간 2조 달러(2253조원) 규모의 제품을 수입하겠다는 통 큰 공약도 포함됐다. 또 일부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예정이다. 미 CNN방송은 포럼을 두고 “중국의 파급력이 전 세계로 퍼져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막대한 재정 투입의 효과가 문화와 교육, 군사력 균형 측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한 대표단도 회의에 참석하는데, 이들은 중국의 석탄수입 금지 조치 등 대북 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트럼프 고립주의 맞서… 시진핑 ‘新실크로드’ 시동
입력 2017-05-12 18:17 수정 2017-05-12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