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경원] 개혁하라, 다만 검찰이 공범인가

입력 2017-05-13 05:01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힌 다음 날인 12일 대검찰청에서는 웃는 표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총장의 사직을 안 이들은 침통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총장이 떠나던 날 청와대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에서 검찰의 책임이 거론됐다. “대통령을 입건하고 구속 기소했다. 세계 어느 검찰이 그랬는가?” 한 검사가 “우린 원래 칭찬받는 조직이 아니다”는 말끝에 겨우 한마디했다.

이들이 고된 청소부 역할 뒤 받아든 성적표에는 공보다 과가 많이 적혀 있다. 수사관이 기어이 차명 휴대전화를 찾아내자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하늘이 노랗다”며 통곡하던 장면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도 “대통령과 공모하여”를 밝힌 자신감은 회자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미르 의혹’이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됐던 이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이유 등이 얘깃거리다. 검찰로서는 둘 다 아픈 지적이다.

검찰은 군데군데서 이렇게 답해 왔다. 김 총장은 “왜 형사부에 배당하느냐고 한다면, 형사부 검사들은 상당히 자존심이 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8부는 끝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태블릿PC 발견 전 기사 모음 형식의 고발장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기에 불충분했다. 제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우 전 수석을 수사할 팀은 평검사들로 꾸려졌는데, 특임검사 성격이었다. 봐주기보다는 잡기를 원했다. 범죄사실 가짓수가 특검에 비해 줄어든 이유는, 한 차례 기각됐고 다툴 만한 부분을 간추렸기 때문이었다.

사태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지적, 중요 증거가 언론 취재로 드러난 뒤에야 수사를 시작하느냐는 비판도 크다. 한 검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왜 전지전능하지 못했느냐는 비판과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수사가 보도를 따라간다”며 한동안 한숨을 쉬던 검찰에 의지가 없진 않았다. 독일에 있는 최순실씨를 테러범이라고 알려서라도 빨리 입국시켜야 한다던 검사도 있었다.

검찰 앞엔 ‘개혁’ 요구가 다가왔다. 혹자는 기소권이나 수사지휘 업무를 두고, 더러는 진경준 홍만표 등의 이름과 함께 그 말을 쓴다. 그런데 개혁 주장과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는 욕설을 섞어 써도 되는 것일까. 개혁 요구가 빗발친 지난달 검찰 전산망에는 한 부장검사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검사로서 국민께 송구할 따름”이라며 “검찰을 비난하는 분들의 고견을 직접 들어야 한다”고 썼다. 꼭 한 문장, 그는 “별다른 근거 없이 다른 수사팀의 수사를 단정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적었다. “특수본이 밤낮없이 고생한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경원 사회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