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게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한 차원이 아님을 해명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이 말이 나온 뒤 오히려 논란은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NBC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대상인지 세 차례 물어봤다. 코미 전 국장은 ‘아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 여부를 확인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코미가 ‘계속 FBI 국장을 맡고 싶다’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사를 접는 대신 임기를 보장하는 ‘거래’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충성 맹세를 요구했으며, 코미 전 국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직관도 의심받고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은 과시하려는 사람(showboat)이다. FBI는 혼란에 빠졌고,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며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해임 건의에 상관없이 해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은 로젠스타인 부장관의 건의를 수용해 해임했다는 백악관 입장에 배치된다. 여기에 워싱턴포스트(WP)는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백악관이 해임을 주도한 인물로 자신을 지목하자 강하게 반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성향처럼 이번에도 즉흥적,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미국 20개주 법무장관은 로젠스타인 부장관에게 특검 임명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독립적인 특별검사 선임만이 대중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며 “코미 전 국장 해임은 공공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앤드루 매케이브 FBI 국장대행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코미 전 국장은 여전히 FBI 구성원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나도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코미가 조직의 신뢰를 잃었다는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의 전날 브리핑을 반박한 것이다. 매케이브는 다만 백악관이 수사에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대선을 비롯해 최근 선거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는 부정투표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위원장이다. 그러면서 트위터에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민주당의 변명에 미국이 분열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러시아는 웃고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코미 전 국장 해임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트럼프 해명에 더 짙어진 FBI 수사 개입 의혹
입력 2017-05-12 18:18 수정 2017-05-12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