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문재인 청와대’] 대통령-참모 수시로 토론… ‘500m 거리’ 좁혔다

입력 2017-05-13 05:01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 내 구내식당에서 수송부 조리부 관람부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메밀국수와 볶음밥이 메뉴로 나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부터 청와대 본관이 아닌 비서동 집무실에서 일상 업무를 시작했다. 참모들과 수시로 토론하고 소통하며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모두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 백악관 내 웨스트윙을 본뜬 한국판 ‘웨스트윙’ 시대가 시동을 걸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2일 “문 대통령이 공식적인 업무와 큰 행사는 본관에서 하되 일상적 업무는 여민관(與民館·비서동)에서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 여민관, 관저 등 3곳에 위치해 있다. 본관 집무실의 경우 여민관에서 거리가 500m 정도 떨어져 있어 참모들이 수시로 찾기 어려웠다. 급한 일이 생기면 보고서를 들고 뛰어가거나 차량을 사용하기도 했다. 여민관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비서진과 국가안보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본관이나 여민관 집무실 대신 관저에서 주로 업무를 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민관은 노무현정부에서 지어진 이름이며 이명박정부에서 위민관(爲民館)으로 변경했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다시 여민관으로 되돌려 사용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민관 사무실에서 호주 맬컴 턴불 총리의 축하 전화를 받고, 국정교과서 폐지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윤 수석은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과 소통하고 열린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얘기를 자주하셨다. 참모들과도 가까운 거리에서 늘 소통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업무는 물론 일상적으로도 참모와 격의 없는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여민관 집무실을 사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 수송부, 시설부, 조리부, 관람부 등 기술직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식사 장소도 직원들이 사용하는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구내식당 요금은 3000원이다. 메뉴는 새우볶음밥과 메밀국수, 닭튀김샐러드, 열무김치 등이었다.

오전 11시56분 임 실장과 윤 수석,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먼저 도착해 식권을 식권함에 넣고 식사를 받아갔다. 이어 문 대통령이 도착해 배식하는 직원들과 악수한 뒤 식권을 넣고 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식사에 참석한 전체 직원들과 악수하며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이어 맞은편에 앉은 조리부 직원에게 “맛있다”며 칭찬한 뒤 식사를 함께했다.

윤 수석은 “처음에 대통령과의 오찬을 제안하자 직원들이 믿지 못하고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여민관에서 대통령이 직원과 오찬을 같이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 간 소통의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일정을 모두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 행보에도 힘을 쓰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에도 미국 백악관처럼 일정과 동선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만 경호상 문제로 대통령 일정을 계속 공개할지 여부는 검토 중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