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부터 청와대 본관이 아닌 비서동 집무실에서 일상 업무를 시작했다. 참모들과 수시로 토론하고 소통하며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모두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 백악관 내 웨스트윙을 본뜬 한국판 ‘웨스트윙’ 시대가 시동을 걸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2일 “문 대통령이 공식적인 업무와 큰 행사는 본관에서 하되 일상적 업무는 여민관(與民館·비서동)에서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 여민관, 관저 등 3곳에 위치해 있다. 본관 집무실의 경우 여민관에서 거리가 500m 정도 떨어져 있어 참모들이 수시로 찾기 어려웠다. 급한 일이 생기면 보고서를 들고 뛰어가거나 차량을 사용하기도 했다. 여민관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비서진과 국가안보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본관이나 여민관 집무실 대신 관저에서 주로 업무를 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민관은 노무현정부에서 지어진 이름이며 이명박정부에서 위민관(爲民館)으로 변경했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다시 여민관으로 되돌려 사용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민관 사무실에서 호주 맬컴 턴불 총리의 축하 전화를 받고, 국정교과서 폐지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윤 수석은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과 소통하고 열린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얘기를 자주하셨다. 참모들과도 가까운 거리에서 늘 소통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업무는 물론 일상적으로도 참모와 격의 없는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여민관 집무실을 사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 수송부, 시설부, 조리부, 관람부 등 기술직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식사 장소도 직원들이 사용하는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구내식당 요금은 3000원이다. 메뉴는 새우볶음밥과 메밀국수, 닭튀김샐러드, 열무김치 등이었다.
오전 11시56분 임 실장과 윤 수석,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먼저 도착해 식권을 식권함에 넣고 식사를 받아갔다. 이어 문 대통령이 도착해 배식하는 직원들과 악수한 뒤 식권을 넣고 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식사에 참석한 전체 직원들과 악수하며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이어 맞은편에 앉은 조리부 직원에게 “맛있다”며 칭찬한 뒤 식사를 함께했다.
윤 수석은 “처음에 대통령과의 오찬을 제안하자 직원들이 믿지 못하고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여민관에서 대통령이 직원과 오찬을 같이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 간 소통의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일정을 모두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 행보에도 힘을 쓰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에도 미국 백악관처럼 일정과 동선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만 경호상 문제로 대통령 일정을 계속 공개할지 여부는 검토 중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달라진 ‘문재인 청와대’] 대통령-참모 수시로 토론… ‘500m 거리’ 좁혔다
입력 2017-05-1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