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지시

입력 2017-05-12 18:07 수정 2017-05-12 21:43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교육부에 국정 역사 교과서(사진) 폐기를 지시했다. 교육부는 즉각 폐기 절차에 착수했다. 학교 현장을 이념전쟁터로 몰아넣었던 박근혜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막을 내렸다. 역사 교육을 정상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교육부는 새로 쓰일 검정 역사 교과서 개발 일정을 1년 늦춰 충분한 집필 기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 새 학기부터 새 교과서로 가르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종전 교과서로 1년 더 가르치는 방안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교과서 정상화 업무지시에 서명했다”며 “2018년 적용 예정인 국·검정 혼용 체제를 검정 체제로 즉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국정 교과서는 구시대적인 획일적 역사 교육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편 가르기 교육의 상징”이라며 “국정 교과서 폐기는 더 이상 역사 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교과별 교과서 발행 체제를 규정하는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수정 고시’부터 조속히 개정하고,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도 국무회의를 거쳐 수정할 계획이다. 역사 교육은 다시 검정 교과서 체제로 돌아간다.

문 대통령은 “검정 교과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제반 사항을 점검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검정 교과서 개발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새 교과서 채택 시기를 1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정 교과서가 ‘날림’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박근혜정부는 내년부터 중·고교 교실에서 국정 교과서만 쓰도록 밀어붙였다. 검정 교과서를 준비해 온 출판사들은 아예 교과서 개발을 포기하고 있었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근혜정부가 추락하자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7일 국·검정 혼용으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출판사들에 주어진 검정 교과서 초본(심사본) 제출 기한은 8월 3일이었다. 통상 2년 걸리는 교과서 집필에 고작 6개월여의 시간만 준 셈이다.

교육부가 새 교과서 적용 시점을 1년 늦추려면 2015 개정 교육과정 내용이 담긴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를 고쳐야 한다.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과목에 한해 2019년부터 새 교과서를 적용하도록 수정해야 한다. 또한 국정 교과서 편찬 기준을 준용한 검정 교과서 집필 기준도 수정될 전망이다. 현재의 편찬 기준으로는 다수의 역사학자와 교사들이 검정 교과서 개발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도경 이종선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