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저하에 부상 휴유증… 류현진, 4이닝 10실점 ‘최악투’

입력 2017-05-12 18:36
LA 다저스의 왼손투수 류현진(왼쪽)이 12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 1회 때 포수 오스틴 반스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LA 다저스 류현진(30)이 최악의 피칭을 선보이며 무너졌다. 자칫 선발진에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4이닝 8피안타 7사사구 10실점(5자책점)으로 무너졌다. 팀이 7대 10으로 지면서 류현진은 시즌 5패째(1승)를 당했다. 평균자책점도 4.05에서 4.99로 높아졌다. 특히 10실점은 2014년 4월 5일 샌프란시스코전 8실점(6자책)을 넘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한 경기 최다 실점이다. 자신의 프로 인생에서도 역대 최다 실점이다. 그동안 최다실점 경기는 한화 시절이던 2012년 7월 19일 삼성전(8실점)이었다. 볼넷 6개도 2013년 5월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5개)을 넘어선 자신의 메이저리그 한 경기 최다다. 심리적으로도 흔들렸다. 4회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보크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지난 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97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부활의 기대감을 드높였지만 곧바로 다음날 왼쪽 엉덩이 타박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이후 10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참사’를 당했다. 류현진은 이날도 직구 구속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최고 구속은 92마일(148㎞)까지 나왔지만 대부분 90마일 정도를 형성해 콜로라도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여기에 제구력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백업 포수인 오스틴 반스와 배터리를 맞춘 것도 악재였다. 류현진은 올 시즌 두 번째로 반스와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첫 번째로 함께했던 지난달 19일 콜로라도 전에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 피홈런(3개)을 기록했다. 이날도 반스는 계속해서 바깥쪽 공만 요구하는 등 리드가 좋지 못했다. 특히 수비에서도 2회 희생번트를 잘못 처리해 대거 5점을 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최악의 투구를 펼치며 다저스 선발진 수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의 선발진 내 입지가 불안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이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투아웃을 잡아놓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해 아쉽다”며 “처음 두 이닝에서 마지막 처리를 하지 못한 탓이 컸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좋은 게 없었던 날인 것 같다. 많이 맞다 보니까 정신이 없었다”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