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 강릉·삼척, 경북 상주의 산불로 인해 340㏊에 달하는 소중한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어떤 대응전략을 준비해야 할까. 2015년 10월 전 세계 산불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제6차 세계산불총회에서 해답이 이미 제시됐다. 바로 ‘산불통합관리체계(IFM)’다. 이는 단순한 산불 진화를 넘어 산림 분야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산불예방-진화-복구’로 연결되는 산림 관리의 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산불 예방 분야다. 우리나라 산불의 핵심 원인은 입산자 실화와 농산촌의 소각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산불조심 기간의 폐쇄 등산로 운영과 입산자 통제, 농산촌의 부산물 공동 수거 등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산불진화 분야다. 우리나라의 산불진화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산불 주관 부처인 산림청은 2000년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 산불 등 초대형 산불을 경험하면서 산불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선진화해 왔다. 산불진화용 산림헬기를 확충하고, 산불 전문 진화대원을 양성하는 한편 산불 관제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특히 산림청은 지역별 산불 발생 위험도를 실시간 분석하는 ‘산불위험 예보 시스템’을 개발해 산불 대응에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산불 초동 진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 결과 산불 발생 건당 피해 면적을 2000년대 7.1㏊에서, 2010년대 1.2㏊까지 6분의 1 수준으로 감축시켰다. 미국(40.6㏊) 등 선진국보다도 월등한 수준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 발생에 대비해 산불 진화에 특화된 산림헬기와 산악지형에 익숙한 산불 전문 진화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산불 발생 시 진화의 전문성을 갖춘 산림청에 지자체·군·소방헬기 등에 대한 동원력과 통합 지휘권을 부여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산불 진화 작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소방 분야에서 산불진화 업무를 관장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었으나 이는 산불의 특수성과 세계적인 산불 관리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산불은 빠르게 확산되는 산악형 산불로 신속한 초동 진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산불 진화용이 아닌 인명구조용 소방헬기와 산림 내 진입이 어려운 소방차로는 신속한 산불 진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평상시 해당 산림을 관리하는 산림공무원이 아니면 길이 없는 산림 내에서 진화장비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산불 주관 부처인 산림청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소방 분야는 산불 진화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소방 분야는 주거지 피해에 더욱 철저히 대처하고, 산불은 우리나라의 산악지형과 임지별 화재 발생·전파 특성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산림 분야 전문가들이 책임지고 진화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산불 진화 이후에는 산불 저항성, 숲의 생태적 건강성, 목재 생산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전문적인 복구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산불 진화 이후 이어지는 여름철 산사태로 인한 2차 피해에 대비, 신속한 복구 추진이 필요하다. 이처럼 ‘산불예방-진화-복구’의 유기적인 순환을 전제로 한 산불 통합관리 체계를 강화해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시영(강원대 교수·방재전문대학원)
[기고-이시영] 산불 관리는 전문기관이 해야
입력 2017-05-12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