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올라 왔다. 이제는 전술이다. ‘신태용호’가 오는 20일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허를 찌르는 전술로 반란을 꿈꾸고 있다. 리틀 태극전사들은 ‘남미 챔피언’ 우루과이를 잡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한국 U-20 월드컵 대표팀은 11일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이승우의 결승골을 앞세워 2대 0으로 이겼다. 남미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전(2차전) 대비를 위한 최적의 상대다. 신 감독은 이날 경기를 통해 선수 조합과 빌드업, 수비 조직력 등을 점검했다.
신 감독은 이례적으로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백승호, 이승우, 조영욱이 1선에 나섰다. 한찬희, 이상헌, 윤종규, 이유현이 중원을 지켰다. 수비에선 이상민, 김승우, 정태욱이 호흡을 맞췄다. 공격은 합격점을 받았다. 세밀한 패스와 유기적인 공격 전개, 날카로운 침투 패스가 돋보였다. 이승우의 결승골은 전반 39분 터졌다. 조영욱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날린 왼발슛이 골키퍼에 막혀 튕겨 나오자 이승우가 다이빙 헤딩슛으로 마무리했다. 강지훈은 경기 막판 멋진 시저스킥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신 감독은 지난 4월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와 대회 1, 2차전을 치를 전주에 선수들을 소집해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 선수들의 체력이 올라오자 신 감독은 전술 훈련에 공을 들였다. 그는 훈련 때 선수들에게 “횡패스보다 종패스를 하라. 공을 받으러 내려오지 말고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라. 볼을 잡기 전에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고, 패스한 다음엔 무조건 움직여라”하고 지시했다.
신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멀티 플레이. ‘신태용의 아이들’은 지난 8일 파주 NFC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3대 1 승)을 치르며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194㎝의 장신 중앙수비수 정태욱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상대가 볼을 소유하자 정태욱은 곧바로 자신의 위치로 복귀하지 않고 압박 수비를 펼쳤다. 정태욱이 잠시 비운 자리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승모 등이 메웠다. 정태욱은 볼을 빼앗거나 아웃시킨 다음에야 제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포지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신태용호’가 갈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세트피스다. 2차전과 3차전에서 강호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에게 세트피스는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은 지난 3월 25일 온두라스전 세트피스 상황에서 3골을 터뜨리며 3대 2 승리를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세트피스를 활용해 선제골을 넣었다.
당시 한국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국의 장신 수비수들은 벽을 만들었다. 공격수들은 배후에서 골을 노렸다. 이 작전은 멋지게 들어맞았다. 전반 31분 프리킥 때 백승호는 한국 수비수들이 상대 수비수들의 동선을 차단한 가운데 이진현의 프리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우루과이전에선 전력 노출을 경계한 듯 색다른 시도를 하지 않았다.
공격 축구를 하는 신태용호는 그동안 상대의 역습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개국 초청대회 3경기서 7골을 터뜨렸지만 5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우루과이전에서 스리백을 실험했다. 한국 수비수들은 상대의 공격 루트를 잘 지켜 실점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습을 당한 상황에선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장면이 나오곤 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어제 하루 스리백을 훈련하고 나왔는데 잘해 줬다”며 “우리 선수들이 전반 잘하다가 후반 방심했다. 칭찬보다 혼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U-20 평가전] 공격 앞으로… 신태용호, ‘남미 챔피언’ 잡았다
입력 2017-05-12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