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위안부 합의 현격한 의견차… 경색 불가피

입력 2017-05-12 05:02

문재인정부가 출범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로 대립해온 한·일 양국이 이른 시일 내 관계를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11일 전화 통화에서 핵심 갈등 사안인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를 놓고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일본의 법적 책임과 공식 사과가 담기지 않은 합의는 무효이며, 올바른 합의가 되도록 일본과 재협상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날 통화에서도 아베 총리에게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재협상 가능성 자체를 일축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국제사회에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책임을 갖고 이행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은 특히 그동안 국제사회에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해 왔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합의가 유효하다는 지지까지 얻은 상황이다. 때문에 양국이 향후 합의안 존속과 파기 문제를 놓고 대립을 키워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북핵 위기 상황에서 쌍방이 마냥 갈등을 키워갈 수도 없다. 일단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최악으로 치닫지 않으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모멘텀을 마련하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고, 그 시작이 한·일 정상회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런 사정으로 양국 정상 간 만남도 최대한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일단 이날 통화에서 이른 시기에 직접 정상회담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본은 자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당겨 문 대통령의 조속한 일본 방문을 제안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위안부 문제를 풀려면 합의 내용에 대한 이행 점검이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이 향후 양국 관계의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우선 한국 내에서 합의에 대한 검증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협상 문제에 대해선 “한국에서의 검증작업을 통해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양국 국민들이 이를 납득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정식 외교루트를 통해 일본 정부에 재협상 내지는 내용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문재인정부가 일본 정부도 납득할 만한 ‘재협상 명분’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또 일단 대화의 물꼬가 터진 이후에는 한·일 관계에 공존해 온 호재와 악재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충고도 많다. 당분간 양국이 위안부 문제로 이견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동 대처나 한·일 간 경제협력 문제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손을 맞잡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즉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연동시키지 않는다면 양국의 선택에 따라 한·일 관계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전보다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