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찰의 얼굴이 밝다. 경찰 인력 확충과 수사권 조정 등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교수를 임명하며 개혁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검찰과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표정을 관리해야 할 정도다. 자치경찰제도 등 문 대통령의 일부 공약에는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에는 다를 것”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10대 공약에 검경수사권 조정을 포함시켰다.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권·기소권을 분리해 경찰에 수사, 검찰에 기소를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두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들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선거 때는 검찰개혁을 주장하다 집권 이후 검찰을 칼처럼 휘둘러온 전철을 깰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서울의 한 일선경찰서 A정보과장은 “과거 정부와 달리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공약을 실천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국민들도 검찰의 권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때와 정도의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해 온 조국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자 일선 경찰들의 사기는 더욱 높아진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이외에도 경찰에게 힘을 실어주는 공약을 여럿 내세웠다. 의무경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경찰 인력을 신규 충원 확대한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일선 경찰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경위는 “의경은 현장에서 사법권이 없어 그동안 집회·시위에 나가면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비효율적인 면이 있었다”며 “의경이 하는 일을 일반 경찰이 담당하면 일선 현장에서도 대응력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경찰서의 한 형사과장은 “현재 경찰들에게 배당된 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대신 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권을 담당하게 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경찰의 근속 승진을 확대하고, 직장협의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또 청와대 경호 업무를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 옮기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실제로 문 대통령의 개혁 과제가 실현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대선 후보들이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도 매번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평검사와 공개 대화할 정도로 강력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했지만 검경수사권 조정 등은 손도 대보지 못한 채 검찰의 반감만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또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선 경찰들에게는 있다.
서울 한 경찰서 D수사과장은 “수사권 분리를 하려면 개헌부터 해야 하는데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 다수가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어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A과장은 “개혁을 서두르다가는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을 받고 결국 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수사권 조정을 차분하고 확실히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증원 공약도 예산 문제 때문에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크다. 한 경찰서 E경사는 “값싼 인력이 하던 일을 경찰에게 넘기려면 그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해지고, 세금 부담이 늘어 반발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에 동원되는 의경 경력만 해도 2만∼3만명인데 그 빈자리를 경찰 인력 1500명으로 채우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놓은 자치경찰제 도입은 경찰 사이에도 이견이 있다.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경찰 조직에도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경찰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엇갈린다. 수사권 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자치경찰제는 원론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한국에 적합한 자치경찰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수사권 조정, 이번만큼은…” 기대 부푼 경찰
입력 2017-05-12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