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 예배도 공연처럼… ‘뮤·톡 채플’ 말씀도 학점이다

입력 2017-05-13 00:03 수정 2017-05-14 14:47
명지대 교수와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서울캠퍼스에서 학생의 날 기념 채플에서 함께 공연하고 있다. 명지대 제공
구제홍 교목실장
명지대는 ‘채플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학이다. 하늘이 맑게 갠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거북골로 명지대 본관을 찾았다. 10층 강당에서 열린 뮤직토크 채플에 참석했다. 한 사역자가 ‘힘들면 한숨을 내쉬라’는 내용의 노래를 조용하게 들려주고 있었다. 마치 아늑한 소극장 콘서트에 온 것 같았다.

노래 후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이 ‘훌륭한 삶을 향한 전진과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망한 것”이라는 얘기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그랬기 때문에 제 삶을 스스로 개척했다”는 얘기에 돌연 숙연해지기도 했다.

매주 채플 소감문을 수거하는 조교에게 채플 반응을 물었다. 최지원(23)씨는 “분주한 마음을 정돈하고 평안을 얻는다는 후기가 많다”고 했다. 실제 채플은 매 학기 강의평가에서 상위권에 랭크된다. 처음부터 채플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총학생회 선거 때마다 ‘채플 의무이수제 반대’가 공약으로 나왔다.

구제홍 교목실장은 “제가 부임했던 98년 본관에 채플에 반대한다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채플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싸늘하자 학내에서는 “채플을 대형교회 사역팀에 외주를 주자”는 말까지 나왔다. 이때부터 교목실은 믿지 않는 일반 학생도 받아들일 수 있는 채플에 심각하게 고민했다.

채플을 ‘기독교전인 교양수업’으로 정의하고 기존 말씀 위주의 채플을 다양화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기독학생을 위한 비전채플, 전통적인 말씀 위주의 일반채플, 영어공부를 원하는 학생을 위한 영어채플, 일반학생을 위한 강연 위주의 이야기채플 4가지로 나눈 것이다. 비슷한 시기 서울과 용인 캠퍼스에 채플 전담 공연팀 ‘블루파이어’와 ‘예사랑’도 조직했다.

처음에는 공연 수준이 낮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야 했다. 하지만 채플팀이 유명해지면서 재능 있는 학생들이 모였고 지금은 캠퍼스별로 100여명씩 수준급의 학생들이 공연을 맡고 있다. “교목실 산하에 악기팀, 싱어팀, 댄싱팀, 드라마팀, 무대디자인팀, 조명팀, 음향팀까지 다 있어서 연예기획사 같아요. 허허.” 구 실장의 얘기다.

다양한 문화공연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를 전하면서 채플에 대한 반응이 갈수록 좋아졌다. 2001년부터 매년 상반기 고난주간 채플에서 교수들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하고 있다. 하반기 학생의 날(11월 3일) 즈음에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위해 공연한다. 지난해에는 학생과 교수가 한 팀을 이뤄 경연했다. 사랑과 섬김이라는 가치를 나누기 위해서다. 교목실은 매 학기 새로운 공연과 새로운 강사 섭외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수고 덕분일 것이다. 채플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자 채플 폐지를 주장하던 총학생회가 거꾸로 채플 학점인정을 학교에 요청했다. 명지대는 이를 받아들여 2009년부터 채플이 학점으로 인정되고 있다.

명지대는 부활절 감사절 성탄절 주요 절기 예배 때마다 학생 교수 직원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달걀과 떡 등 음식을 교내 입점업체와 용역업체 직원 모두와 나눈다. 구 실장은 “채플 덕분에 오래 근무한 교수님들은 학교에 항상 훈기가 돈다고 격려하고, 졸업생을 채용한 회사도 우리 학생들이 매우 성실하고 착하다고 높이 평가한다”고 자랑했다.

채플 행사를 통해 학생과 교직원이 만나고 채플 공연을 통해 학생과 학생들이 만나면서 명지대는 따뜻한 교육공동체이자 신앙공동체로 거듭났다. 그야말로 채플의 힘이다. 명지대 채플이 소문나면서 대학에 새로 교목이 오면 명지대에 오리엔테이션(OT)을 부탁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채플이라면 어느 목회자라도 배우고 싶지 않을까.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