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전화 통화를 통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문제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중이 관계 복원을 위한 ‘출구전략’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서로에 대한 ‘인간적 관심’까지 드러내면서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현재의 악화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양국 정상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이 중국 산둥성에서 발생한 한국인 유치원생 통학버스 화재 사건을 거론하면서 ‘가슴이 아프다’고 언급했고, 또 사고를 잘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먼저 밝힌 것 역시 한국에 대한 유화적 접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한·중 간 신뢰회복’을 통해 관계를 더 발전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사드 배치 문제로 훼손된 신뢰를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악화된 관계를 풀 핵심 문제는 사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시 주석이 통화에서 거듭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중국의 기본 입장은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이기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라는 기본 사실이 달라지지 않은 이상 중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사드와 북핵 문제를 논의할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키로 하면서 일단 사드 갈등을 풀 ‘대화의 자리’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이 직접 만나 대화를 해나가다 보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고, 모종의 타협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중국에서도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에 부지 공여가 되고 사드 장비가 배치된 이상 새 정부가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도 한국의 새 정부와 협의해 출구전략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 정상이 조속한 시일 내에 상호 특사를 교환키로 한 것도 현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역대 최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시 주석의 ‘체면’을 살려줄 경우 중국 측도 ‘성의’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우리 기업들에 대한 사드 보복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특별한 관심’을 요청하면서 시 주석도 ‘정상의 부탁’을 마냥 무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한 만큼 이른 시일 내 직접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남을 가질 경우 갈등 해결이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시일이 촉박하긴 하지만 오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 참석하거나, 오는 8월 24일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일을 즈음해 방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양 정상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별도의 대화 채널을 갖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한·중 관계를 꼬이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인 북핵 문제가 역설적으로 한국과 중국을 가깝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대북 강경론을 보여 온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대화와 협력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또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핵 해법으로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중국과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 강경 일변도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맞서 중국과 한국의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담보되지 않고는 6자회담을 재개하거나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어서 북핵 문제가 갑작스럽게 ‘대화’ 분위기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韓·中 ‘신뢰회복 공감대’ 마중물로 ‘사드 대화의 장’ 열릴 듯
입력 2017-05-12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