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리 천장’ 깰 인사 디자인, 여성에 맡기다

입력 2017-05-12 05:02

문재인정부 첫 청와대 인사수석으로 11일 임명된 조현옥(61·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첫 여성 인사수석이다. 여성정책 전문가이자 여성시민사회 활동경력을 가진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 온 균형 인사에도 부합하는 인선으로 평가된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과 노무현정부에서 이미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그는 2005년 노무현정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자문위원으로 위촉된 뒤 이듬해 인사수석실 균형인사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당시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이었다. 그만큼 대통령의 대탕평·대화합 인사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인선 기자회견에서 “정부 전체에 균형 인사를 구현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인사 철학을 뒷받침할 적임자”라며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는 인사 디자인을 실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정책 관련 이력도 화려하다. 국책연구기관인 여성정책연구원을 거쳐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상임대표를 지냈다. 한신대 책임급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서울시민연대 공동대표도 역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직후인 2011년 12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에 발탁됐고, 2015년까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난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박원순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난해 박 시장의 외곽 조직인 ‘희망새물결’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이후 문 대통령 캠프에 합류, 중앙선거대책본부 성평등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서울시 근무 당시 여성공무원들의 승진에 각별한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 수석이 “당시 외부 영입 인사로는 드물게 인사위원회에 참여했다”며 “여성공무원들이 승진에 필요한 보직으로 갈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제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전했다. 시간제 보육시설 확대 등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도 추진했다.

첫 여성 인사수석 임명은 문 대통령이 약속한 여성인재 중용의 예고편에 가깝다. 문 대통령의 ‘남녀 동수 내각’ 구상을 본격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집권하면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고, 임기 내 여성장관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부문의 여성관리자 비율을 높이고, 여성관리직 공무원 목표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공약했다. 조 수석 역시 여성단체 활동 시 여성공천할당제를 주장하며 여성 정치참여 확대에 힘써왔다.

△서울(61) △숙명여고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독일 하이델베르크 칼루프레히트대 정치학 박사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원 △서울시민연대 공동대표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여성가족정책실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대위 성평등본부 부본부장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