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꼭! 더불어 성장, 제이노믹스] “前 정부 색깔 지우려 정책 무작정 폐기 안돼”

입력 2017-05-12 05:02



“5월 10일. 오늘부터 배송이 시작됩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정책쇼핑몰인 ‘문재인 1번가’도 배송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인기품목인 중소기업 지원과 4차 산업혁명 육성은 배송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송지나 물량은 넘쳐나는 데 갈 길이 험난해서다. 벌써부터 배송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배송 사고를 줄이기 위한 조언도 나온다.

우선 전 정부의 색깔을 지우겠다며 무작정 정책을 폐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한양대 김용규 교수는 11일 “박근혜정부는 약 1년반 정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했다”며 “중요한 정책은 연속성을 가지고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는 ICT 관련 창업 촉진과 벤처 지원을 위해 전국에 ‘테크노파크’를 설립했다. 박근혜정부도 성격이 유사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이들 사업에 연루돼 있다. 따라서 무작정 이전 정부의 정책을 폐기할 경우 피해를 보는 건 기업과 관계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부처 간 업무 조율을 원활히 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ICT 기술의 기초 인프라인 ‘주파수’ 정책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 부처가 주파수 관련 업무를 총괄하지 않다 보니 부처 간 이해관계가 발생했을 때 조율하기 쉽지 않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현실화된다면 관련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제민주화와 4차 산업혁명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시장구조를 들여다보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하고 고용 창출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의 주체는 대기업일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정책들이 부작용이 더 큰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황 교수는 “집단소송제도 그렇고 제도는 훌륭하지만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면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외형적인 총량지표 규제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징금 부과 강화 등 처벌보다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나 소비자의 피해 구제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조성국 교수는 “과징금은 어차피 국고로 환수되는 돈”이라며 “피해자들이 쉽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민사구제 절차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고발 권한이 공정위만 갖고 있게 한 제도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법의 주 목적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시장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조사가 중복될 때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되 담합 등 형벌적 요소가 있는 일부 불공정행위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서윤경 이성규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