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최초로 기록한 르포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창비·사진)가 32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85년 초판 출간 당시 신군부 치하에서 진실에 목말라하던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며 ‘지하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이다.
당시 이 책은 황석영(74) 작가의 단독 집필로 돼 있었다. 해외에 널리 알려진 작가여서 쉽게 구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면서 숨은 필자가 있다는 게 세상에 알려졌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정판 기자간담회에는 공식적으로 이름을 드러낸 공저자 이재의(61) 전용호(60)씨가 함께했다. 이들은 당시 전남대 3학년 학생으로 두 사람 모두 투옥됐다. 당시 전남도청 항쟁지도부 외무담당 부위원장으로 이번 개정판 간행위원장을 맡은 정상용(67) 전 국회의원도 배석했다.
“당시 집필을 제안 받았을 때 결혼을 앞둔 상태이고 다시 감옥에 갈까봐 겁도 났지만 굉장히 역사적인 작업이라 하기로 했다. 아내 될 사람도 흔쾌히 동의했다.”(이재의)
황 작가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그때는 홍안의 청년이었는데 이렇듯 어느새 60대가 됐다. 이 자리에 없는 당시 죽은 청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 책 때문에 구속되고 방북도 하며 활동가처럼 살기도 했으니 광주는 제겐 운명이었다. 그게 황석영 문학의 특성이 됐다”고 말했다.
초판 출간 때는 신군부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라 필자들은 자료수집에 제약을 겪었다. 때문에 피해자의 증언을 중심으로 당시까지 생산된 유인물과 입수 가능한 재판 기록 등 한정된 자료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개정판에서는 계엄군의 군사작전 관련 문서, 피해보상 등 행정기관 문서, 5·18 재판 자료 등을 토대로 ‘계엄군의 군사작전’ 내용과 5·18 재판으로 밝혀진 역사적·법률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분량이 초판의 2.5배인 원고지 2000장 정도로 불어났다.
황 작가는 “2008년 이후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광주항쟁의 진상에 대한 왜곡이 심해지고 확정된 대법원의 사법 판결마저 무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이에 더 이상의 왜곡을 막기 위해 2013년부터 개정판을 내자는 논의가 일었다. 하지만 각자 생활에 쫒기다보니 늦춰지다 지난해 말 촛불혁명과 더불어 작업도 마무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필자들은 모두 지난 4월 나온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양민학살은 없었다, 발포명령도 없었다 말하지만 조준사격을 통해 대낮에 30∼50명을 쏘아놓고도 양민학살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섰다. 국가적으로 큰 죄를 저지른 이들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절대 정치적 사면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두환이 입증한다”고 말했다.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보수정권서 왜곡된 ‘광주’, 바로잡고 싶었다”
입력 2017-05-11 19:33 수정 2017-05-11 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