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이 삼성과 계약 직전 만든 ‘Director 최서원’ 명함

입력 2017-05-11 18:46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간 컨설팅 계약 체결 직전 자신을 ‘코어스포츠 관리자(Director)’라고 명시한 명함(사진)을 만든 사실이 11일 국민일보에 공개됐다. 이 명함에는 최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이 코어스포츠의 관리자(Director)라고 적시돼 있다. 주요 구성원의 명함조차 제대로 없던 법인을 상대로 삼성이 거액의 승마선수 훈련비 등을 지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씨는 2015년 8월 16일 노승일(41) 전 K스포츠재단 부장에게 인쇄업체, 홈페이지 디자인 회사들의 신문 광고를 찍어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전송했다. 노씨는 5일 뒤인 21일 백지에 그려진 코어스포츠의 로고와 설명을 최씨의 카카오톡으로 답신했다. ‘Core(코어)’라는 법인명 글자들을 말발굽 모양으로 형상화한 그림이었다. 노씨는 당시 도안 아이디어를 제공한 이가 박원오(67)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였다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이 로고는 며칠 뒤 만들어진 최씨의 코어스포츠 관리자 명함에 그대로 담겼다. 당시 국내에서 최씨와 함께 일하던 고영태(41·구속 기소)씨가 “반나절 만에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며 국내 한 인쇄업체에서 급히 명함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명함은 최씨 이외에도 노씨, 고씨, 그리고 독일에서 코어스포츠 공동대표를 맡은 박승관 변호사 등 4명이 각각 다른 영문 직함으로 만들었다. 이름과 직함을 빼면 전화번호는 ‘02771-8034-18’, 이메일 주소는 ‘master@coresports.com’으로 모두 같았다.

노씨는 명함이 만들어진 시기를 2015년 8월 25일쯤으로 기억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코어스포츠 설립 관련 문건에는 코어스포츠 관련자 명단과 명함 형식이 기록된 아래한글 파일도 있었다. 최씨에게 보고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들에는 실제 제작된 명함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파일들의 최종 작성 시기는 2015년 8월 23∼24일로 확인됐다.

이 시기는 삼성과 코어스포츠 간 213억원 규모 컨설팅 계약이 이뤄진 2015년 8월 26일의 2∼3일 전이다. 결국 코어스포츠의 구성원들은 삼성의 지원을 약속받기 직전에야 해당 법인의 명함을 갖춘 셈이다. 반대로 대한승마협회의 회장사였던 삼성은 실체가 불명확한 회사와 거액 계약을 맺은 꼴이다. 코어스포츠에서는 사실상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에 대해서만 승마활동 지원을 했다는 정황이 그간 많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 부회장의 뇌물죄 여부를 다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법정에서는 코어스포츠가 과연 제대로 된 법인이었는지, 특혜 지원을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는지가 중요 쟁점이다. 특검은 코어스포츠가 실질적으로는 최씨의 1인 회사 성격이었다고 판단한다. 반면 삼성 측은 “코어스포츠가 페이퍼컴퍼니는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코어스포츠 로고를 그렸다는 박씨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