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개막… 분쟁과 충격이 가득한 세상 예술가의 역할은?

입력 2017-05-12 05:02
13일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가 10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사전 공개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코디 최 작가의 '베네치안 랩소디'를 외관에 설치한 한국관 전경, 이완 작가의 설치 작품 '고유 시', 김성환 작가의 '김.스케치' 스틸, 이수경 작가의 '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년마다 열리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10일(현지시간) 언론 등에 사전 공개됐다. ‘예술 만세’를 뜻하는 ‘비바 아르테 비바(Viva Arte Viva)’를 주제로 자르디니 공원과 옛 조선소 건물을 개조한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펼쳐졌다.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선임 큐레이터인 크리스틴 마셀이 총감독을 맡았다. 마셀 총감독은 비엔날레 홈페이지를 통해 “분쟁과 충격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예술은 개인주의와 무관심을 (해결하기) 위한 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예술가의 책임과 목소리,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전시는 나라별로 자체 기획해 경쟁하는 국가관 전시와 총감독이 초청한 작가들이 기량을 겨루는 본전시(국제전)로 나뉜다.

한국관 외관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시킨다. 공원의 푸른 숲에 난데없이 번쩍이는 조명, 용과 호랑이 모양 네온사인, 모텔 간판이 어지럽게 내걸렸다. 한국관 대표작가 중 한 명인 코디 최(56)의 설치 작품 ‘베네치안 랩소디’이다. 베니스도 인기 관광지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와 다를 바 없다는 뜻. 국제미술계에 뿌리내린 카지노 캐피털리즘을 비판한다.

한국관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이대형(43)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했다. 코디 최와 함께 이완(38)이 한국관 대표작가가 됐다. 한국관 주제는 균형을 맞춰주는 저울추를 뜻하는 ‘카운터밸런스’. 이 감독은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지 못하는 다수, 약소국의 이민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강대국의 신고립주의 등 작은 것과 큰 것 사이의 함수관계 속에서 21세기의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지적하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로댕의 동명 조각을 패러디한 코디 최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도 관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민시절 겪은 문화적 소화불량을 미국인의 국민소화제인 분홍색 ‘펩토비스몰’을 적신 휴지를 뭉쳐 형상화한 작품이다. 코디 최는 이외에도 ‘소화불량에 걸린 우주’ ‘코디의 전설과 프로이트의 똥통’ 등 총 10점을 내놨다.

이완 작가는 전시장 가득 벽시계 668개를 건 작품 ‘고유 시(proper time)’ 등 6점을 선보였다. ‘고유 시’는 전 세계 1200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각 개인의 연봉 노동시간 식사비용 등의 평균값을 구현했다. 각자 다른 속도로 회전하는 삶을 형상화한 것이다.

미국관은 ‘또 다른 날, 내일’을 주제로 마크 브래드포드의 설치 작품 ‘못 쓰게 된 발’을 내놨다. 불구로 태어나 올림푸스 산에서 추방당한 ‘예술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영국관에서는 목재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을 뭉쳐서 만든 폐품 같은 거대한 설치 조각을 볼 수 있다. 작가 필리다 발로는 “영국의 브렉시트가 주는 우울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마셀 감독이 큐레이팅한 본전시에는 51개국 120명(팀)이 초청받았다. 이 가운데 103명이 처음 참가하는 이들이다. 한국에선 김성환(42) 이수경(54) 두 작가가 나왔다. 김 작가는 흑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작품을, 이수경 작가는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여 만든, 높이가 5m에 이르는 ‘번역된 도자기: 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을 선보였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11월 26일까지 약 6개월간 이어진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