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대기업들 순익 76% 본국에, 기부는 쥐꼬리

입력 2017-05-12 05:04
국내에 진출해 있는 주요 외국계 대기업들이 한국에서 번 돈을 배당 형식으로 본국에 보내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출액 중 국내 기부금 비중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외국계 기업 44개사의 본사 배당액이 순이익의 7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3조5451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2조6917억원을 배당 형태로 본국에 송금한 셈이다. 이는 국내 대기업의 배당성향 23.6%(500대 대기업 중 374개사 조사)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외국계 기업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곳은 볼보그룹코리아로 192.0%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의 배에 가까운 금액을 본사에 배당한 셈이다. 동양생명(170.2%)과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153.5%),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149.4%) 등도 순익보다 많은 배당을 실시했다. 반대로 도레이케미칼과 코스트코코리아 등 12개사는 흑자를 냈지만 배당을 하지 않았고, 한국GM 등 적자를 낸 4개사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한편 외국계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0.05%로 0.12%인 국내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15조79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기부금으로 낸 돈은 604억원에 그쳤다. 특히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등을 운영하는 FRL코리아는 지난해 1조182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기부는 단 한 푼도 하지 않았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노무라금융투자, 한국스티롤루션, 한국니토옵티칼 등의 기부금도 지난해 500만∼1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