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선교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신경림 웨슬리대 부총장 “빨리빨리 선교병부터 사라져야”

입력 2017-05-12 00:01
신경림 미국 웨슬리대 부총장이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 선교의 과제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그동안 한국교회는 선교지에 예배당을 짓는 게 선교의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교사들을 독촉하기도 했고요.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현지인 신자 한 명 한 명이 성숙해가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후원교회가 달라져야 선교가 살아납니다.”

미국 웨슬리대 신학대학원 신경림(64) 부총장은 “한국교회는 열정과 뚝심으로 해외선교를 잘 수행해왔으나 속도를 기반으로 한 성과주의가 강조되면서 부작용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 부총장은 10년 넘게 국제관계 분야를 맡아오면서 전 세계 50여개 국의 선교현장을 방문했다. 현지 신학교수와 목회자, 한국인 선교사들을 만나 한국의 해외선교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고 다각적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그는 여기서 도출된 내용을 감리교신학대 박창현 이덕주 교수 등과 함께 펴낸 ‘선교강국, 한국선교 긴급점검’에 담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연회 참석차 방한한 그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났다.

신 부총장은 세 가지 면에서 한국선교가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원교회가 현장 선교사들에게 지나치게 성과를 요구하지 말 것, 현지인 리더십을 키울 것, 현지 교회의 자립을 존중할 것 등이다.

신 부총장은 “선교 현장을 둘러보니 후원교회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존재하고 있었다”며 “이는 선교사들이 교회건축 횟수나 세례교인 수에 집착하게 만들고 선교사 간 과잉경쟁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지 교회는 자립을 원하고 한국교회와 협력하고 싶어 한다”며 “현지의 필요를 바탕으로 장기적 계획과 전략에 입각한 선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현지인 눈에 비친 한국 선교사들의 부정적 모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선교사들이 부정직하고 책임감이 없으며 자신들끼리 경쟁한다고 생각하는 현지인들도 있다”면서 “한국식 교회 문화나 형식을 강요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보곤 한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파송 전 훈련 강화나 연장교육 실시 등을 제안했다. 상당수 선교사들이 탈진 상태에 있다는 점을 감안, 재충전도 주문했다.

한국교회의 단기선교에 대해서는 “단기팀 스스로 감동을 받으면서 동시에 현장 선교사에게도 도움이 돼야 한다”면서 “일부 교회의 단기선교는 현장의 필요를 파악하지도 않은 채 ‘몇 명이 가니 준비하라’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식의 단기선교라면 일꾼이 가는 게 아니라 일감만 가는 격”이라고 했다.

신 부총장은 한국교회 선교의 최우선 과제로 현지인들의 성숙과 훈련, 자립을 꼽았다.

“후원교회에서 100만 달러를 보내면 신학교 건물은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르칠 교수가 없습니다. 현지인을 키워야 합니다.”

글=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