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앞으로… 신태용호 ‘유쾌한 반란’ 꿈꾼다

입력 2017-05-11 19:01
한국 U-20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고 있다. 지난 4월 소집훈련 때 체력 강화 훈련에 집중한 대표팀은 이제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세트피스 등 전술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체력은 올라 왔다. 이제는 전술이다. ‘신태용호’가 오는 20일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허를 찌르는 전술을 바탕으로 한 공격 축구로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신 감독의 공격 축구는 이미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위력을 증명했다. 당시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2승1무로 조 1위를 차지했다.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0대 1로 석패했지만 경기 내용에선 우위를 점했다.

신 감독은 U-20 대표팀에 다시 자신의 공격 축구를 심었다. 하지만 처음에 어린 선수들은 체력이 약해 신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강인한 체력 없이는 완성하기 어려운 것이 공격 축구다. 신 감독은 지난 4월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와 대회 1, 2차전을 치를 전주에 선수들을 소집해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올라오자 전술 훈련에 공을 들였다. 그는 훈련 때 선수들에게 “횡패스보다 종패스를 하라. 공을 받으러 내려오지 말고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라. 볼을 잡기 전에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고, 패스한 다음엔 무조건 움직여라”하고 지시했다.

신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멀티 플레이. ‘신태용의 아이들’은 지난 8일 파주 NFC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3대 1 승)을 치르며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194㎝의 장신 중앙수비수 정태욱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상대가 볼을 소유할 때는 정태욱이 곧바로 자신의 위치로 복귀하지 않고 압박 수비를 펼쳤다. 정태욱이 잠시 비운 자리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승모 등이 메웠다. 정태욱은 볼을 빼앗거나 아웃시킨 다음에야 제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포지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신 감독은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한 뒤 역습당하는 상황에서 급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자기가 있는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역할을 한 뒤 경기 상황을 보면서 복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 복수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신태용호’가 갈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세트피스다. 2차전과 3차전에서 강호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에게 세트피스는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은 지난 3월 25일 온두라스와의 4개국 초청대회 1차전에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3골을 터뜨리며 3대 2 승리를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세트피스를 활용해 선제골을 넣었다. 당시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국의 장신 수비수들은 벽을 만들었다. 공격수들은 배후에서 골을 노렸다. 이 작전은 멋지게 들어맞았다. 전반 31분 프리킥 때 백승호는 한국 수비수들이 상대 수비수들의 동선을 차단한 가운데 이진현의 프리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득점을 올렸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코너킥, 프리킥 때 키커와 위치를 계속 바꾸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백승호는 “킥 전술의 경우 코치진이 대부분 만들었지만 선수들이 모여서 만든 것도 있다. 선수들끼리 얘기하고 괜찮은 게 나오면 감독님께 건의를 드려서 훈련할 때 해 본다”고 말했다.

공격 축구를 하는 신태용호는 그러나 그동안 상대의 역습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개국 초청대회 3경기서 7골을 터뜨렸지만 5골을 허용했다. 화끈한 공격 축구가 빛을 발하기 위해선 탄탄한 수비가 우선이다.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두 줄 수비(미드필더와 수비수 7∼8명이 두 줄로 서서 수비하는 전술)’를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