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 중 하나는 그가 청와대에서 뭘 하고 있는지 국민이 도통 모른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에 알려진 일이지만 박 전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없으면 관저에 주로 머물고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출입기자들이 청와대 대변인으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도 ‘금일 공개 일정 없음’이었다고 한다.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데도 박 전 대통령의 베일에 싸인 신비주의가 영향을 미쳤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비록 취임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신선하다. 새 대통령 일정이 실시간 공개되면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 국민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10일 그는 취임선서 행사를 비롯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는데 모두 공개됐다. 야당 지도부 순방은 생방송 등 무제한 취재가 허용됐고,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 앞에 서서 국무총리를 포함한 첫 고위직 인선을 발표한 것도 이전 대통령 때는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11일 홍은동 사저를 나와 출근하던 문 대통령은 방탄차량에서 나와 시민과 셀카를 찍었고 신임 수석들과 오찬을 한 뒤 경내를 산책하기도 했다. 앞으로 업무도 비서동에서 주로 볼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일과의 공개는 평가할 만하다. 많은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 총리의 경우, 전일 동선이 다음 날 조간신문에 보도되고, 기자들의 질문이 떨어질 때까지 회견을 갖는 미국 대통령을 보고 부러워했는데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듯하다. 대통령 일정 공개는 집권 초기 반짝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개가 이어지다보면 예기치 않았던 실수나 비판을 받을 일이 터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 이전 집권자처럼 장막 뒤에 숨어버린다면 다시 국민과 담을 쌓는 불통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 5년 임기 내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대통령을 바라고 있다.
[사설] 대통령 일정 가급적 자세히 공개해야
입력 2017-05-11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