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정보다 빨리 새로운 대통령을 맞았다. 너무 많은 과제가 우리 사회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늘의 대한민국은 위기상황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에 다음과 같은 요청을 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 청년 일자리 확대, 북핵과 사드로 상징되는 한반도 위기 극복, 세대 통합, 정의롭고 건전한 사회문화 형성 등이 그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 위기는 이러한 문제들로 인한 것이고 또한 이것들의 해결을 위한 방향과 정책, 비전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치 지도자들과 시스템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대통령은 오늘 한국 사회 위기의 본질을 바로 보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시행할 수 있는 책임적 정부를 구성하고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위기는 표피적 처방으로 극복될 수 없는 매우 근본적이고 세계적인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속화되는 세계화로 인해 국가와 기업들 사이의 경쟁은 심화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기술사회의 도래로 경제, 정치, 사회문화, 특히 직업세계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성장 경제로 인해 일자리와 소득의 확대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소비욕망은 더욱 커지는 모순적 상황에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문화 세대와 이전 세대들 사이의 차이와 갈등은 한두 번의 행사와 구호로 해결될 수 없는 심층적 문제들로 사회 저변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의 우선적 책무 중 하나는 이러한 문제들이 단기간의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국민과 소통하여 그 공감대를 확산하는 것이다. 특정 계층과 세대만의 공감과 호응이 아닌 다양한 계층과 세대들에 문제의 근원과 현상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소통해야만 한다. 나아가 이러한 복잡한 문제와 과제 가운데도 오늘과 내일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사회적 공동선, 즉 대한민국 공동체의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 모두 그 비전을 공유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회는 대통령과 정부가 이러한 일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소망 가운데 기도해야 한다. 기도는 상투적 수사를 넘어서는 신앙인으로서의 특권이자 책임 있는 행위다. 기도한다는 것은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는 인간의 기획을 넘어서는 초월적 존재이신 하나님에게 달려 있음을 인정하는 신앙의 실천이다. 또한 기도는 우리의 바람과 뜻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나라가 더욱 우선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신앙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기도는 입술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한국교회는 대통령과 정부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인식하고 짐을 나누어 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현실 문제의 복잡성과 심각함을 고려하면서도 사회적 공동선을 함께 만들어 갈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가치는 복음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합의될 수 있는 가치, 즉 공동선을 위한 공공적 가치를 말한다. 생명을 귀중히 여기며, 그 생명을 살리는 정의와 평화의 가치를 교회의 문화로 굳건히 세우는 것이다. 서로 다름을 사랑으로써 오래 참고,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오히려 서로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섬김의 공동체 형성, 그것이야말로 갈등하는 한국사회의 통합과 미래를 위한 교회의 공헌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교회가 우선 힘써야 할 일은 기도다! 또한 복음적이며 공공적 가치의 확립과 실천을 통해 더욱 교회다운 교회로 세워지는 것이다!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총장
[바이블시론-임성빈] 대통령과 교회의 책무
입력 2017-05-11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