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軍통수권자로 안보태세 점검 등 ‘숨 가쁜 첫날’

입력 2017-05-11 05:15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0일 군 통수권 행사를 시작으로 하루 종일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8시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체위원회의를 열어 제19대 대통령 당선인 결정안을 의결함과 동시에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첫 공식 일정으로 안보태세 점검을 택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군 통수권자 자격으로 이순진 합참의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군 동태와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20분쯤 자택을 나섰다. 자택 앞에는 당선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고, 인근 주민·지지자 수백명이 문 대통령 환송을 위해 모여들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호 업무를 수행한 경찰청 파견 경호원들로부터 꽃다발과 함께 당선 축하를 받았다. 어린이를 품에 안고 기념촬영을 하다가 볼뽀뽀를 받고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주민들과 작별한 문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의 현충원 참배에는 추미애 당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후보 시절 슬로건이던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참배 직후엔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로 향했다. 이어 국회로 이동해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지도부와 차례로 면담했다. 당선 전 공언대로 야당과 소통하는 대통령의 면모를 강조한 행보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와 각각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위로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선서 행사 전 국회의장 집무실을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환담했다. 낮 12시가 되자 국회 본관 로텐더홀(중앙홀)로 이동해 취임식에 참석했다. 정 의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등 5부 요인을 포함해 다수 여야 의원이 문 대통령 취임 선서를 지켜봤다.

취임식과 이동 과정에서는 과거 대통령 행사보다 경호의 강도를 줄인 ‘열린 경호’가 이뤄졌다. 취임식에선 ‘비표’를 받지 않은 기자들도 대통령 근처를 자유롭게 오갔다. 대통령 행사 시 으레 이뤄지는 ‘통신장비 통제’ 범위도 종전보다 축소됐다. 국회를 나서는 문 대통령에게 시민들이 모여들어 플래시 세례가 터지고, 한 시민은 대통령 옆에서 ‘셀카’를 촬영했지만 특별한 제지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향하는 동안 선루프를 열고 차 밖으로 몸을 일으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권위적 대통령상에서 벗어나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오후 1시쯤 청와대 인근 3개동 주민들이 마련한 환영인사를 받으며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후 황교안 총리와 오찬을 가졌다. 오후 2시45분에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등 첫 인선을 국민 앞에 직접 설명했다. 오후 3시30분에는 본관 집무실에서 역점 사업인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한 제1호 업무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출퇴근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관저 구조 변경 등 개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김경수 의원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청와대 관저 시설 입주가 여의치 않아 정비될 때까지 홍은동 자택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