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 권력구조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을 비롯해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던 권력기관 개혁 작업도 본격화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선서 후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며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고,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구상의 단초를 밝혔다. 우선 대통령의 24시간이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두 공개될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통령 일정과 업무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인사추천 실명제를 통해 막강한 대통령의 인사권도 투명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 경호 역시 ‘낮은 경호’를 확립해 언제든 국민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경호실도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에 ‘대통령경호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정치논리에 휘둘리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 권력기관들은 ‘된서리’를 맞을 전망이다. 검찰의 경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 확정적인 상황이다.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기소 권한이 공수처에 넘어갈 경우 기소독점권을 활용한 검찰의 역할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또한 검찰 고위 공직자 역시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되는 만큼 자정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마찬가지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 역시 상당 부분 경찰에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검찰은 경찰의 수사 역량을 문제 삼아 반대해 왔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형사재판 공소유지를 중심으로 한 2차적 수사권만 제한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경찰 역시 ‘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키로 했다.
그동안 ‘정치 감사’ 눈총을 받아온 감사원도 권한 분산 및 독립성 강화가 추진된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이관해 국회 소속 회계검사 기관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감사원은 직무감찰 권한만 갖되 직무상 독립성을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국내 정치 개입으로 망신살을 산 국가정보원은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에서 폐단이 드러난 국내 정보수집 업무는 폐지된다. 대공수사권은 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을 신설, 이관시킬 계획이다. 민간인 사찰, 정치 개입, 간첩 조작, 종북몰이 등 4대 공안 범죄 가담자에 대한 형량도 강화한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을 명실상부한 대외 전담 정보기관으로 재편하고, 국회의 통제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제왕적 권력 나눌 것”… 권력구조 전반 ‘개혁 메스’
입력 2017-05-1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