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9년만에 대수술 예약… 금융위 어디로

입력 2017-05-11 05:01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9년간 유지돼온 금융감독체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금융정책·금융회사 감독·소비자보호 부문의 분리를 공약했었다.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2008년 이명박정부 때 출범한 금융위원회 기능이 분리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독체계 개편은 해묵은 난제다. 역대 정부 초 논의가 이뤄졌지만 대대적 개편이 이뤄진 적은 없다. 각 부문의 이해가 충돌하다보니 무엇이 정답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개편 논란 자체가 부처 간 밥그릇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금융감독체계의 원형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재정경제원에서 분리된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했다.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합쳐진 금융감독원이 출범했다. 2008년 이명박정부는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과 금감위를 합쳐 금융위를 출범시켰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 겸직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가 ‘공룡 부처’가 되면서 금감원의 독립성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회사 제재 권한과 범위를 두고 두 기관 간 충돌도 끊이지 않았었다.

개편 찬성 측은 금융산업을 진흥하는 정책 기능과 금융회사를 규제하는 감독 기능이 금융위에 섞여 있어 독립적인 감독이 어렵다고 본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조선·해운 부실 사태 등도 잇달아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 ‘민주당 더미래연구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와 합쳐 재정경제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재부의 예산·재정 기능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기존 금융위의 감독 기능은 금감원 내부 의사결정 기구로 두게 된다. 이 경우 금융위 소속 일부 공무원들은 세종시로 이동하게 될 수도 있다. 금감원도 개편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더미래연구소는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 기능과 건전성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른바 쌍봉형 감독체계로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독립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인수위원회를 꾸리지 못한 문재인정부가 법 개정이 필요한 감독체계 개편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가계부채 등 금융 부문 난제가 많은데 조직을 흔드는 게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쌍봉형 감독체계의 경우 자료 제출 요구가 중복되거나 과잉 처벌로 금융회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조직 개편 움직임과 함께 금융 당국 및 금융공공기관에도 인사 태풍이 한바탕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금융위원장 취임 시기는 청와대 참모진 인선 등이 마무리된 후인 6월 말∼7월 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공공기관장 중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 임기는 오는 10월,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기는 다음 해 5월 만료된다.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일부 공공기관장의 경우 임기가 남았지만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