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안보 위해 동분서주… 워싱턴·평양도 가겠다”

입력 2017-05-10 18:15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군 통수권자 자격으로 이순진 합참의장으로부터 군의 대비태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이날 통화는 당선 후 첫 공식 일정이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취임사에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를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하는 전용차량에 올라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필요하면 워싱턴으로 곧바로 날아가겠다. 베이징,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열린 취임 선서 행사에서 “안보 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취임사를 통해 안보 문제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은 최근 미국 신정부 출범, 북한 핵·미사일 도발위협 지속,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후폭풍 등 한반도 주변 안보 위기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정상회담 역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전임 정부의 대북 압박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여건 조성’을 내걸었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 역시 핵 문제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의 토대도 마련하겠다. 동북아 평화 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안정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정치적·외교적 부담이 적지 않다.

한·미 관계는 갈등 요소가 더욱 부각될 소지가 많다는 평가도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겠다”면서도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중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기존 한·미 합의를 새 정부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첫 외교 일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간에는 사드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핵 공조 등 민감한 현안이 쌓여 있다. 특히 이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돌출 발언으로 양국 간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두 정상은 오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상견례를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그 전에라도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양자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일 관계 전망은 어둡다. 문 대통령은 이미 위안부 합의는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을 공약에 명시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 대통령 지지층의 반감도 상당하다. 하지만 일본이 재협상 요구를 받아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게다가 한·미·일 3각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까지 반발할 우려가 있다. 위안부 합의는 사드와 함께 문재인정부의 최대 외교적 난제다.

한·중 관계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은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내 왔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철회를 이뤄줄 것으로 기대해서다. 또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중국에 상당한 비중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대화 과정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다시 노정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글=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