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사업 분할로 독립시킨 4개 회사를 10일 증시에 상장하면서 본격적인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는 다음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에서 지난달 1일자로 분할된 현대로보틱스(로봇),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조선해양) 등 4개 독립법인은 이날 일제히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분할 상장에 앞서 지난 3월 30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재상장된 현대중공업은 18만500원으로 마감하며 직전 종가보다 14.97%(2만3500원) 뛰었다. 기업 분할로 부채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데다 수주 실적까지 회복세를 띠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나머지 3개사는 모두 상장 첫날 시초가보다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새 지배구조 체계에서 지주사를 맡게 될 현대로보틱스는 5.22%(2만1500원) 낮은 39만원, 현대건설기계는 4.38%(1만1000원) 낮은 24만원으로 마감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8만원으로 마감하며 8.50%(2만6000원) 떨어졌다. 이제 처음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회사들인 만큼 사업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이들의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 여건을 만든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전환 요건 충족 등 본격적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보틱스는 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자사주 13.4%,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아 지주사 자격을 갖췄다.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 역할을 하려면 상장사별 지분을 각각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현대로보틱스는 현재 각 계열사 지분을 13.4%씩 보유한 상황이라 각각 8% 정도만 더 사들이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안정적 지배 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각 계열사 지분율을 30% 수준까지 높일 수도 있다.
현대로보틱스가 지분 추가 매입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시장 분위기가 갖춰지면 상장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현대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한 정 이사장은 기업 분할 전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이용해 그룹을 지배했다.
현대로보틱스 중심 체제는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로보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지분(7.98%)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미포조선 지분(42.34%)을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현대중공업 분할 4개 회사 일제히 상장
입력 2017-05-10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