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공약 효과, 세종·부산·김해 부동산 들썩

입력 2017-05-11 05:00
대선 이후 세종시와 부산, 김해가 부동산 호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종시 역할 강화와 김해신공항 관련 시설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에 따른 효과다. 다만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한 지방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값은 3.3㎡당 917만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39만원 오르며 전국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시세는 3.3㎡당 4만원 올랐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도 17만원 상승에 그쳤다.

세종시의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1주일 만에 0.06% 올랐다. 전국 평균(0.0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14년 8월 입주한 세종시 아름동 범지기마을10단지 세종푸르지오 전용 101㎡의 경우 입주 당시 3.3㎡당 분양가가 772만원에 그쳤지만 현재는 1005만원에 달한다.

세종시는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의 조정 대상 지역에 포함됐다. 분양권 전매와 청약 1순위 자격 등 제한이 강화돼 지난 2월까지 4개월여간 냉각기를 가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선거 기간 세종시로 정부부처를 추가 이전하고, 국회 분원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실제로 지난달 세종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세종리버파크’는 평균 104.8대 1(최고 362.6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해 세종시 입주 물량은 1만6000여 가구로 지난해 2배에 달한다”며 “물량이 쏟아지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건 정책 호재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해와 부산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김해신공항의 접근성 확대를 위해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확충하고 공항 확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공해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6년 개항하는 김해신공항 호재에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면서 인근 김해와 부산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신공항 기대감에 따라 경남 김해시 관동동 일대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김해’는 최근 평균 5.22대 1로 모든 주택형이 1순위에 마감했다. 부산의 경우 김해공항이 위치한 강서구 인근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세종시와 김해·부산 모두 원래 인기 지역이라는 점이다. 지난 3월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에서 481가구를 분양한 ‘부산 연지 꿈에그린’ 청약에는 10만9805명이 몰려 올 들어 가장 높은 평균 2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달 충북과 경북 등에서는 청약자가 0명인 미분양 단지가 속출했다. 지방 내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방의 주택시장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늘면 부산 등을 제외한 지방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인허가 물량을 줄이고 지방 부동산 양극화를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