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총리 후보자의 무시무시한 별명‘李주사’…“장관들 호되게 시달릴 것”

입력 2017-05-10 21:16 수정 2017-05-11 05:37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남지사를 지명한 것은 ‘호남 홀대론’ 타개와 진보 진영 통합, 국회와의 소통 등 3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다목적 인선이다.

1952년 전남 영광 출생인 이 후보자는 16대 총선에서 고향인 함평·영광에서 출마해 19대 국회의원까지 내리 4선을 한 대표적 호남 중진 의원이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문 대통령과 의정생활을 함께 했던 이 지사는 2014년 전남지사에 당선돼 행정 경험을 쌓았다.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부터 ‘호남 총리’를 강조했던 만큼 이 후보자 내정은 ‘호남 홀대론’ 불식을 위한 카드다. 이번 대선에서 과반 이상의 전폭적 지지를 보내준 호남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화답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 때문에 ‘이 주사’로 불린다. ‘6급 공무원 같다’는 의미다. 본인도 ‘이 주사’라는 별명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평소 ‘주사처럼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대변인 시절과 전남지사 시절 꼼꼼한 일처리 탓에 직원들이 혀를 내두른 일화가 많다. 특히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책임총리를 강조해온 만큼 이 후보자가 정식 취임하면 내각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이 후보자의 꼼꼼한 일처리 스타일상 국무위원인 장관들이 호되게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 후보자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옛 민주당을 출입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 후보자는 최근에는 ‘손학규계’로 분류돼 왔다. 동교동계와 손학규계 등 이른바 비문(비문재인) 진영 간 가교 역할도 이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이 후보자는 초선이던 2001∼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을 두 차례 맡았고, 2002년 대선 때는 선대위 대변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 2007년 대선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 등 다섯 차례 대변인을 맡았다. 문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의 내각·국회·언론·국민 여론에 대한 파악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일자리와 서민생활 안정화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았다. 이 후보자는 “가장 시급한 것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화로 보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좁히는 것은 경제주체의 의지와 합의만 있다면 제도를 만들기 전에도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과의 소통에 대해 이 후보자는 “막걸리라도 마셔가면서 야당 정치인과 틈나는 대로 소통하겠다”며 “과거 동지였고, 10년 이상 의정활동을 같이했던 분이 많으니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접점은 찾아서 키우고,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미루는 지혜를 발휘하면 정책적 협력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내정과 관련해 “올해 초 문 대통령이 유세차 광주를 방문했을 때 ‘이 지사를 국정 동반자로 모시고 싶다’는 말씀을 주셨다”며 “구체적으로는 열흘 전 임종석 비서실장이 ‘오늘 같은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준비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전남 영광(65) △광주 제일고, 서울대 법학과 △동아일보 기자 △16∼19대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대표 △전남도지사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